‘인간임상 실패’ 오름, 전임상부터 다시 경쟁해야...선도자 프리미엄 약화
[프레스나인] 오름테라퓨틱은 ‘세계 최초의 단백질분해제-항체 접합체(DAC) 개발사‘라는 타이틀을 지녔다. 하지만 ‘최초’가 곧 ‘유일’이라는 법은 없다. 오름테라퓨틱이 제시한 DAC라는 가능성에 국내외 여러 바이오텍이 뛰어들고 있다. 주력 물질 ORM-5029의 인간 임상에 실패한 오름테라퓨틱은 다시 전임상 단계로 돌아가 후발주자들과 경쟁해야 할 처지다.
오름테라퓨틱이 ORM5029의 후속 파이프라인으로 미는 물질은 ORM-1153이다. ORM-1153은 GSPT1 분해제를 탑재한 혈액암 치료제로, 구체적인 타깃과 적응증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다른 국내 바이오텍 테라펙스(Therapex)도 혈액암 치료를 위한 DAC를 연구하는 중이다. 테라펙스는 최근 미국암학회(AACR 2025)에서 신규 DAC 후보물질 TRX-214-1002를 공개했다. TRX-214-1002는 CD33을 타깃하며 GSPT1 분해제를 페이로드로 적용했다. 전임상에서는 급성골수성백혈병(AML)을 대상으로 효능 및 안전성을 검증했다.
테라펙스는 특히 TRX-214-1002을 기존 AML 치료제 마일로탁 및 오름테라퓨틱이 개발한 DAC ORM-6151과 직접 비교하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ORM-6151은 글로벌 제약사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에 매각된 AML 치료제 후보물질로 현재 임상 1상 중이다.
테라펙스에 따르면 TRX-214-1002는 AML 세포주 실험에서 ORM-6151에 비해 GSPT1에 대한 우수하고 지속적인 분해성을 보였다. 치료지수도 높았다. 또 백혈병 동물모델에 TRX-214-1002 1mg/kg 용량을 단회 투여했을 때는 투여 후 42일까지 종양 재성장 없이 종양을 퇴행시키는 결과가 나왔다. 반면 ORM-6151 투여군의 종양 퇴행 효과는 일시적인 것으로 분석됐다.
한편 중국 업체 힐젠테라퓨틱스(HealZen Therapeutics)도 지난해 11월 혈액암 치료 DAC HDZ-C123A를 선보인 바 있다. 이후 올해 1월 미국 존슨앤드존슨(J&J)과 BTK 분해제 개발을 위한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며 단백질분해제 분야의 다크호스로 떠오르는 중이다.
힐젠테라퓨틱스는 CD123 타깃 항체에 자체 개발한 GSPT1 분해제를 결합해 HDZ-C123A를 개발했다. 회사에 따르면 HDZ-C123A는 앞서 BMS가 개발한 GSPT1 분해제 CC-90009, 혈액암 치료제 베네토클라스보다 강한 종양 성장 억제 효과를 보였다. AML 동물모델에서 1mg/kg 용량 투여로 완전관해가 관찰되기도 했다.
이밖에도 미국 아큐타(Accutar Biotechnology), 네덜란드 크로스파이어(Crossfire Oncology), 독일 투블리스(Tubulis) 등이 DAC 진출에 나섰다. 이런 DAC 개발사들이 모두 오름테라퓨틱과 직접 경쟁하지는 않겠으나, 오름테라퓨틱이 지닌 선두주자로서의 이점이 희석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