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뜯어보니 1차 평가지표 P값 ‘0.5’ 초과, 통계적 유의성 미충족
“치료 효능·안전성 입증, 글로벌 기술수출” 주장...투자자 호도
[프레스나인] 엔지켐생명과학이 실패한 임상을 성공했다고 포장해 투자자들을 속인 정황이 드러났다. 회사는 자체 신약 EC-18의 임상에서 통계적 유의성을 전혀 입증하지 못했는데도 데이터의 일부 긍정적인 부분만 놓고 유효성과 안전성을 입증했다고 주장하며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부채질하고 있다.
엔지켐생명과학은 올해 5월 항암화학방사선 치료를 받는 두경부암 환자에게 유발되는 중증 구강점막염(SOM)에 대한 EC-18의 임상 2상 결과 논문을 국제학술지에 게재했다. 논문에는 앞서 2021년 10월 성공했다고 발표된 임상 2상의 세부 데이터가 담겼다.
보도자료에서 엔지켐생명과학은 “EC-18 구강점막염 치료제의 효능과 안전성이 세계적 권위자들과 국제적 학술지에 공동 출간되며 다시 한번 통계적으로 입증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논문을 자세히 살펴보면 당시 임상 2상의 데이터는 ‘통계적 입증’과 거리가 멀다.
이 임상의 1차 평가지표는 중증 구강점막염 지속기간이다. 항암치료를 받은 환자 중 EC-18을 투여받은 사람의 구강점막염 지속기간이 그렇지 않은 사람의 지속기간보다 현저히 짧아야 약효가 입증된다.
논문에 따르면 EC-18 투여군의 구강점막염 지속기간 중간값은 0일로, 위약군의 13.5일과 비교해 두드러진 단축이 나타났다. 이는 수년전 엔지켐생명과학이 임상 2상이 성공했다며 근거로 제시한 것과 같은 숫자다.
문제는 P값(P-value)이다. EC 투여군과 위약군을 대조했을 때의 P값이 0.5575에 이른다. EC-18의 구강점막염 지속기간 단축 효과가 통계적으로 신뢰성을 지니지 못한다는 뜻이다.
P값은 비교되는 그룹 간의 차이가 무작위적으로 발생할 확률을 가리킨다. P값이 낮을수록 연구결과가 우연히 나타났을 가능성이 낮다. 통상 P값이 0.05 미만이어야 임상에서 통계적 유의성을 충족했다고 본다.
엔지켐생명과학은 수년 전 0.05는커녕 0.5를 훨씬 초과한 P값을 감춘 채 임상 2상 성공을 발표했다. P값을 공개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당시 공시를 통해 “임상 2상 시험은 향후 진행할 임상시험의 적절 용량을 결정하기 위한 것이고, 유효성 주장을 수립하는 것이 아니므로 공식적인 통계시험이 필요하지 않다”고 밝혔었다.
하지만 엔지켐생명과학은 공시에서 밝힌 바와 달리, EC-18이 치료제로서 유효하다고 선전하고 있다. 최근 논문 게재를 알린 위 보도자료가 대표적인 예다.
엔지켐생명과학은 보도자료를 통해 “EC-18은 우수한 효능과 안전성이 모두 확인된 신약 후보물질이며, 아직까지 승인된 치료제가 없는 구강점막염 분야의 글로벌 신약으로 기대가 크다”며 “현재 구강점막염 임상 2상에 대한 FDA EoP2(End of Phase2) 자료 준비가 마무리 됐으며, 논문 게재를 기반으로 글로벌 제약사들과의 글로벌 라이선싱 아웃 및 전략적 파트너십 가속화에 적극 나설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통계성을 신뢰하기 어려운 임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라이선싱 아웃 등 상업화가 가능할지 의문이다.
엔지켐생명과학은 EC-18 임상 2상의 결과 신뢰성에 대한 본지 질문에 "분석 대상 환자 중 EC-18 투여군 절반 이상에서 SOM 자체가 발생하지 않았으며 이는 위약군 대비 임상적으로 매우 유의미하다"며 "논문 게재 내용은 본 임상이 목적한 대로 임상적 경향성, 안전성 프로파일, 치료 효과 가능성을 확인한 결과다. 또한 향후 임상 3상 설계에서 목표 환자군 및 평가 지표 설정의 근거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