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스나인] SK바이오팜이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Cenobamate)의 글로벌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북미와 유럽 등에서 상업화 성과를 확대하는 가운데 중화권에서도 본격적으로 제품 출시가 이뤄질 전망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SK바이오팜은 지난달 홍콩에서 현지 합작법인 이그니스테라퓨틱스(Ignis Therapeutics)를 통해 세노바메이트를 출시했다. 2021년 11월 이그니스테라퓨틱스 설립 후 약 2년7개월 만이다.
앞서 SK바이오팜은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해 상해 소재 글로벌 투자사 ‘6 디멘션 캐피탈(6 Dimensions Capital)’과 손잡고 이그니스테라퓨틱스를 세웠다. 이와 함께 세노바메이트를 포함한 6개 중추신경계(CNS) 신약 파이프라인의 중화권(중국·홍콩·대만·마카오) 판권을 이그니스테라퓨틱스에 넘겼다.
이후 이그니스테라퓨틱스는 세노바메이트의 상업화를 위한 절차를 차근차근 밟아왔다. 2022년 2월 홍콩 당국에 신약허가신청(NDA)을 제출해 1년 뒤인 2023년 2월 승인받았다. 이때 SK바이오팜과 세노바메이트에 관해 홍콩 상업화 제품 공급을 위한 계약을 맺기도 했다. 이제 홍콩에서 세노바메이트 판매가 시작된 만큼 SK바이오팜은 제품 공급에 따른 매출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그니스테라퓨틱스는 현지 유통업체인 ‘DCH Auriga’와 손잡고 세노바메이트를 판매한다. 7월 먼저 홍콩 민간의료부문(프라이빗 섹터)에 출시했고 10월부터는 공공의료부문(퍼블릭 섹터)에도 제품을 내놓을 전망이다. 퍼블릭 섹터가 전체 시장의 90%를 차지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SK바이오팜 관계자는 홍콩 세노바메이트 판매에 대해 "4분기 퍼블릭 섹터 출시 후 내년 초부터 본격적인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현지 약국 및 병원을 통해 초기 마케팅을 진행하여 매출을 이끌어 내고 이후 신경과가 있는 병원 중심으로 세일즈를 집중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세노바메이트의 홍콩 진출은 중국 본토에서의 승인 과정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중국에서 세노바메이트 임상 3상이 진행되고 있다. 중국 CNS 분야 연구진이 저술한 논문(Epilepsy in China: major progress in the past two decades)에 따르면 중국에는 뇌전증 환자 약 1000만명이 있으며 뇌전증 관리에 대한 미충족 수요가 큰 것으로 분석된다. 중화권이 미국에 이어 세노바메이트의 핵심 시장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세노바메이트는 SK바이오팜 실적을 견인하는 신약이다. 특히 미국 매출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올해 2분기 SK바이오팜 실적을 보면 전체 매출 1340억원 중 1052억원이 미국 판매(제품명 엑스코프리)에서 나왔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65.8% 급증한 것이다. 세노바메이트 현지 판매를 담당하는 SK바이오팜 미국법인 SK라이프사이언스가 영업·마케팅을 강화한 데 따른 성과로 풀이된다.
미국을 제외한 다른 지역에서는 기술수출 위주의 진출이 이뤄지는 중이다. SK바이오팜은 유럽, 캐나다, 일본, 이스라엘, 라틴아메리카, 중동 및 북아프리카(MENA) 등 세계 곳곳의 파트너사와 세노바메이트 기술수출 계약을 맺었다. 이 중 유럽, 캐나다, 이스라엘 등에서 제품 출시가 이뤄진 상태다.
SK바이오팜은 올해 1월에 동아ST(동아에스티)와 한국을 포함한 동·서남아시아, 러시아, 호주, 뉴질랜드, 튀르키예 등 30개국에 관한 라이센싱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동아에스티를 통해 2026년 세노바메이트 한국 시장 출시 및 급여 등재에 나선다는 목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