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갈림길, 데이터가 이끈다
김 원장은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보건의료산업 역시 4차 산업혁명이라는 변화 갈림길에 섰다고 분석했다. 패러다임 대응 여부가 성장과 정체를 가른다. 심평원과 같은 국가기관을 포함해 병원과 기업 모두 이에 대비해야 한다.
그는 “4차 산업혁명은 데이터 기반 의료, 인공지능(AI) 도움을 받는 의료 등으로 보건의료산업을 변화 시킨다”면서 “무궁무진한 기회를 주는 이 패러다임에 대비하지 못하면 도태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4차 산업혁명을 포함해 현대 의학 패러다임인 정밀의학의 핵심은 데이터다. 환자를 둘러싼 다양한 데이터를 분석해 맞춤형 치료법을 제시한다. 국내 최대 의료정보를 보유한 심평원도 움직임이 빨라졌다. 기관이 보유한 데이터는 환자, 의사, 의료기관, 진료내역 등 청구명세서 정보와 심사정보만 2조건에 달한다. 127테라바이트(TB) 규모다.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AI 알고리즘을 개발, 심사·청구 프로세스 효율화를 시도한다. 사람이 일일이 검토해야 했던 심사·청구 과정을 시범적으로 기계에 맡긴다. 궁극적으로 진료정보 등을 분석해 국민건강을 도모하는 정책 근거로 활용한다. 기업, 병원과 데이터를 공유해 연구개발(R&D), 산업화를 지원한다.
김 원장은 “우리나라 건보시스템이 40년 만에 세계 최고로 올라설 수 있었던 것은 빠르게 ICT를 접목했기 때문”이라며 “국가정책 마련과 R&D, 산업화 씨앗이 되도록 축적된 데이터를 개방·공유할 것”이라고 말했다.
◇빅데이터 구축을 넘어 의료 데이터 '허브' 육성
데이터는 품질이 핵심이다. 분석 가능한 정제 데이터와 표준화 여부가 우선이다. 심평원은 데이터 종류를 확대하고 품질을 고도화한다. 의료정보 '허브'가 목표다. 병원, 기업, 연구소, 대학 등이 심평원을 통해 자유롭게 의료정보를 공유하고, 원하는 정보를 제공받는 환경이다.
김 원장은 “병원이 보유한 정보가 표준화돼 병원 간 혹은 기업이 공유한다면 SW로 행동양식을 해석해 질병을 예방하는 등 무궁무진한 발전가능성이 있다”면서 “심평원을 허브로 삼으면 데이터 비표준화와 병원 간 공유 시스템 구축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의료 정보는 민감 데이터로 분류한다. 병원 외부 공개나 공유가 제한적이다. 여러 병원 정보를 모아 연구하기 어렵고 환자 불편이 크다. 심평원은 의료정보 저장을 위한 국내 최대 인프라를 구축했다. 수집·분석 노하우도 갖춰 여러 병원 정보를 공유하는 '게이트웨이' 역할로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김 원장은 “병원끼리 별도 시스템을 구축해 진료정보, 연구 데이터를 공유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비용, 시간이 많이 든다”며 “의료정보 수집 범위를 확대해 병원, 연구소, 기업, 대학이 심평원을 통해 원하는 정보를 얻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전했다.
◇국민건강증진, 의료 서비스 평가 체계 개선 필요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 건강보험 보장률을 OECD 평균 이상 끌어올리고 비급여 부문을 축소하는 내용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의료 서비스 공공성을 보장한다는 측면에서 환영 받는다. 건강보험료 상승과 국가 건보재정 부담이 가중되는 것은 과제다.
김 원장은 “건강보험 보장률을 높이고 비급여 부문을 낮추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며 우리도 실천을 고민한다”면서 “결국 재원 문제인데, 기존 심사평가 시스템이 제대로 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수가 체계는 '행위별 수가제'에 기반한다. 의사가 환자를 진료하는 행위에 따라 돈을 받는 셈이다. 환자 수, 진료 횟수에 기반한 과열 경쟁체제가 발생한다. 김 원장은 기본적으로 환자 상태가 호전됐는지 보다 소위 돈 되는 환자를 얼마나 많이 보는지에 병원이 집중한다고 지적한다.
그는 “기본적으로 의료 서비스 질 평가나 수가체계가 얼마나 많은 환자를 살렸고, 상태를 호전시켰는지 초점을 맞춰야 한다”면서 “행위별 수가제는 이런 부분에서 부족한 부분이 많기 때문에 의료 질 평가나 심사평가 과정이 보완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역시 데이터와 연관되는데 다양한 환자, 병원 정보를 수집해 호전 상태까지 분석한다면 심사평가 과정에서 잣대로 활용 가능하다”며 “데이터 수집과 분석 역량을 고도화하고, 국민건강 증진을 위한 심사평가 체계를 고민하겠다”고 덧붙였다.
[전자신문 CIOBIZ]
정용철 의료/SW 전문기자 jungyc@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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