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모집 환경 변화 반영해야”…보험판매자 정보 공시 강화 필요성 제기도
[프레스나인] 보험모집시장에서 법인보험대리점(GA) 비중이 높아짐에 따라 금융당국이 불완전판매나 승환 계약 방지를 위한 관리‧감독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또 제판분리 확산에 발 맞춰 과거 제판일체・일사전속주의 영업환경에서 제정된 보험 모집규제 및 감독정책 재설계를 중・장기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제판분리는 전속 설계사 조직을 본사에서 떼어내 보험상품 개발과 판매를 분리하는 것이다.
김동겸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26일 보험연구원이 발간한 ‘CEO Report’에서 최근 증가하고 있는 보험사의 자회사형 GA 설립 배경 및 특징을 평가하고, 보험사 경영전략 및 금융당국의 대응 과제를 제시하며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김 연구위원에 따르면 보험사가 영업조직의 운영효율성 개선과 GA 채널에 대한 통제권 확보를 목적으로 자회사 형태로 운영하는 GA(이하 자회사형 GA) 설립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자회사형 GA는 지난 2004년 국내에 최초로 설립된 이후 올 7월 기준, 14개 보험사가 16개 GA를 운영 중이다.
김 연구위원은 자회사형 GA 설립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요인으로 영업조직의 운영 및 성과 제고 외에 ▲소비자들의 보험상품 비교 증가 ▲플랫폼을 통한 보험상품 비교・추천 서비스 도입 ▲회계제도 변경 후 계약서비스마진(CSM) 확보를 위한 신계약 경쟁 등을 꼽았다.
최근 설립되는 자회사형 GA는 업권별 활용 수준, 설립주체, 매출원천 측면에서 과거와는 다른 운영상 특징을 보이고 있다는 게 김 연구위원의 설명이다. 먼저 생명보험사를 중심으로 본사의 영업조직을 분사화해 자회사형 GA를 설립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데 이는 생명보험의 경우 손해보험업에 비해 성장성 하락 속도가 상대적으로 빠르게 진행되기 때문에 모집인의 영업조직이 이탈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대형사와 외국계 보험사가 자회사형 GA 설립의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중형사나 금융지주계열 보험사도 자회사형 GA 설립에 나서며 제판분리 유형이 다양화되고 있는 점도 눈에 띄었다.
김 연구위원은 보험사의 자회사형 GA 설립 확산으로 소비자들의 보험상품 가입 경로 및 보험산업의 매출구조, GA 시장 경쟁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생보사의 자회사형 GA 설립이 늘어나면서 생명보험 가입경로가 손해보험상품 가입방식과 유사하게 전속설계사에서 GA 채널로 재편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개인형 생명보험 신계약 중 GA 채널을 통해 모집된 계약 비중은 41.3%로 2012년 24.0%에 비해 17.3%포인트 상승했다. 작년 장기손해보험 신계약 중 GA 채널 비중은 53.6%다.
또 소비자의 보장수요 변화와 모집시장에서의 GA 채널의 영향력 확대가 맞물리면서, 사람의 질병・상해・간병 위험을 보장하는 제3보험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는 게 김 연구위원의 설명이다.
특히 자회사형 GA 설립이 증가하면서 GA 시장이 자회사형 GA와 일반 GA(비자회사형 GA)로 양분되고 있으며, 판매 경쟁이 심화되면서 인수합병(M&A)를 통한 대형화 및 수익 양극화가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김 연구위원은 향후 대면 모집시장에서 전속채널, 자회사형 GA, 일반 GA 간의 경쟁구도가 심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보험사가 자사의 고유역량 및 각 판매채널에 대한 특성 평가・분석을 기반으로 마케팅 전략의 방향성과 실행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영업조직 운영의 안정성 확보 차원에서 자회사형 GA 설립 및 운영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조직 내 갈등 문제에 대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자회사형 GA와 전속영업조직 병행 운영 검토 시 기존 영업조직과의 기능중복 및 갈등문제로 야기될 수 있는 ‘자기잠식(Cannibalization)’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회사형 GA 설립을 통한 완전 제판분리를 선택하는 경우에는 판매조직 이동에 따른 직무설계, 보상 구조로 발생할 수 있는 조직 내 갈등 문제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GA 업체에는 향후 GA 시장의 성장정체 가능성에 대비해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GA 채널의 수익 기반인 모집수수료의 경우 제도적 요인과 경제환경 요인에 큰 영향을 받는다는 점에서 새로운 사업영역 등 수익원 다변화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더불어 제휴처 확대, 보험상품 판매와 연계 가능한 서비스 등 부수업무 발굴과 전략적인 마케팅 정책 수립 등을 제안했다.
금융당국에는 판매인력 확보를 위한 GA 업체 간 과도하고 무분별한 경쟁이 소비자 피해로 이어지지 않도록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판매인력 증원을 위한 GA 업체의 과도한 비용지출 경쟁과 설계사들의 잦은 이동이 불완전판매나 승환 계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또 보험시장에서 제판분리 현상이 확산됨에 따라, 과거 제판일체・일사전속주의 영업환경에서 제정된 보험 모집규제 및 감독정책 재설계를 중・장기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김 연구위원은 “제판분리 환경에서는 상품판매자가 소비자에게 적합한 상품을 객관적・중립적 위치에서 추천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GA와 방카슈랑스 채널에 이어 플랫폼을 통한 보험상품 비교・추천서비스도 예정돼 있어, 소비자 보호와 채널 간 공정한 모집경쟁이 이뤄질 수 있도록 규율할 필요가 있다”고 피력했다.
이어 김 연구위원은 “모집시장에 대한 종합적 평가와 판매자 정보공개 확대를 통한 시장규율 강화 차원에서, 상품판매자에 대한 정보를 보다 체계적으로 공시해야 한다”면서 “상품공급자의 규모와 영향력이 과거에 비해 현저히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상품제조자(보험사) 중심의 보험모집 정보가 제공됨에 따라, 상품공급자의 변화 특징 및 문제점을 평가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