흩어진 IT 인프라를 한데 모으고 새 표준을 정립해 각 계열사의 비즈니스 수준을 높이고, 상향평준화하는 역할도 부여하고 있다. ‘현대’ 상호를 달고 있는 현대家의 ‘같지만 다른’ IT전략이 통합과 단순화 과정을 통해 또 다른 성장기반을 제공할 전망이다.
◇현대家, IT에 새 역할을 부여하다=최근 1~2년 새 IT를 운영하는 기법에 있어 가장 뚜렷한 변화의 움직임을 보인 곳은 현대그룹, 현대중공업그룹, 현대백화점그룹 등이다.

신사옥과 함께 탄생한 이 현대그룹 통합 데이터센터에는 현대상선, 현대로지엠, 현대엘리베이터, 현대아산, 현대경제연구원 등 현대그룹 각 계열사의 IT인프라가 집결해 있다. 현대증권의 시스템만 네트워크 속도 문제로 여의도에 남겼다. 동관의 4분의 1을 차지하고 있는 이 데이터센터는 각 계열사의 비즈니스를 효율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IT 허브 역할을 한다.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현대U&I는 각 계열사의 IT부문에 인력을 파견, IT 운영 및 관리를 맡고 있다. 특히 지난해 통합 데이터센터가 생기면서 현대그룹의 IT인프라를 통합관리하는 역할도 강화됐다.
현대U&I 관계자는 “모인 인프라가 어떻게 각 계열사의 비즈니스를 효과적으로 지원할 수 있을지 방안을 찾고 각 계열사의 IT를 담당하는 현대U&I 소속 실장들끼리 월별로 정기적으로 모여 주요 과제와 향후 방향에 대해 논의한다”며 “최근에는 그룹차원 ‘보안’을 강화하기 위한 논의가 주요 쟁점”이라고 말했다. 앞서 현대그룹은 현대상선에 이어 현대엘리베이터 등이 전사자원관리(ERP) 프로젝트를 순차적으로 완료했으며, 이 협의체를 통해 정보를 교류하고 큰 도움을 받았다.
◇‘글로벌 톱’ 주력사가 지휘자 역할=현대중공업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은 IT 조직과 비즈니스 규모가 가장 큰 주력 계열사에 그룹 IT 전략의 무게 중심을 두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올해부터 현대중공업을 주축으로 그룹 IT자원의 통합 관리에 대한 효율화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최고정보책임자(CIO)였던 황시영 부사장이 그룹 CIO 역할을 맡고, 울산 소재 현대중공업 소속 IT 인력도 한데 모였다. 통합전산실이다. 이들은 그룹 데이터센터 구축 등을 통한 IT 인프라 통합 및 계열사 IT 운영 및 관리를 위한 최선의 방안에 골몰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최근 M&A로 인해 계열사가 확대되고 계열사 간 IT 수준도 달라 통합 관리를 통한 상향 표준화의 필요성이 대두됐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IT 자회사가 없는 현대중공업은 다른 현대家 회사들과 달리 대다수 IT 프로젝트를 경쟁 입찰방식으로 진행한다.
계열사 간 협업 비중이 높은 현대기아차그룹의 정보화 전략도 현대차 임원을 위원장 및 간사로 하는 정보화분과위원회를 통해 분기별로 머리를 맞대 이뤄진다. 이 분과위원회에서는 현대차 CIO인 김익교 사장이 위원장을 맡아 그룹의 정보화 전략을 표준화하거나 새로운 전략에 대한 논의를 주도한다. 이 자리에는 현대·기아차를 비롯해 현대모비스, 글로비스, 현대제철, 현대하이스코, 현대카드, 현대캐피탈, HMC투자증권 등 계열사 CIO들이 모두 모인다.

한편 현대백화점그룹의 IT관리와 운영은 계열사 가운데 하나인 현대그린푸드 IT사업부에서 총괄한다. 현대그린푸드는 지난해 현대푸드시스템, 현대H&S, 현대F&G가 통합해 생겨난 회사로 현대그린푸드 소속 IT사업부가 현대백화점, 현대홈쇼핑, 현대LED 등 각 계열사의 IT 팀장급 및 담당 인력들을 파견한다.
현대그린푸드 IT사업부는 올 상반기 추진하고 있는 보안 솔루션 및 관련 IT 정책도 각 계열사 시스템에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등 그룹 차원의 효율화된 IT 전략 및 IT 서비스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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