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바이오텍 “우시 대신 삼성바이오”, 미중 갈등 수혜 구체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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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바이오텍 “우시 대신 삼성바이오”, 미중 갈등 수혜 구체화
  • 임한솔 기자
  • 승인 2025.03.05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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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지테라퓨틱스, 지난해 삼성바이오와 의약품 생산 의향서 체결
기존에는 中 우시바이오와 협업...“생물보안법 재논의 우려”
삼성바이오, CDMO 고객사 확보 순조...작년 역대 최대 매출

[프레스나인]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미국과 중국의 갈등으로 인해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분야에서 수혜를 본 실제 사례가 확인됐다. 미국 바이오텍이 미국 정부의 중국 견제를 우려해, 기존에 거래해온 중국 우시바이오로직스(Wuxi Biologics)에 이어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새로운 CDMO 협력 상대로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아포지테라퓨틱스(Apogee Therapeutics)는 최근 공시한 2024년 사업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4분기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의약품 제조를 위한 의향서(LOI)를 체결했다”며 “생물보안법(BIOSECURE)에 따라 우시바이오로직스나 다른 벤더가 영향을 받는 경우의 공급망 위험을 줄이기 위한 조치를 전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포지는 2022년 미국 파라곤테라퓨틱스(Paragon Therapeutics)에서 분사한 회사다. 파라곤으로부터 인터루킨-13(IL-13) 타깃 항체 APG777, OX40L 타깃 항체 APG990 등을 이전받아 개발하는 중이다. APG777의 경우 아토피성 피부염 치료제로 임상 2상이 진행되고 있다.

앞서 파라곤은 우시바이오로직스와 각종 항체 물질들에 관한 포괄적 협력 계약(Master Service Agreement) 및 세포주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고 2023년 해당 계약을 아포지에 넘겼다. 그런데 이번에 삼성바이오로직스와도 함께 의약품 생산에 착수한 것. 다만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구체적으로 어떤 물질을 제조하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통상 CDMO 업체는 쉽게 바뀌거나 추가되지 않는다. 의약품 개발 및 양산 과정에서 각국 규제당국의 관문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품질을 유지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기존 CDMO 파트너사와의 관계도 민감한 문제다.

아포지가 이런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선택한 데는 지정학적 요인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여겨진다. 회사는 “생물보안법은 지난해 법제화되지는 않았으나 올해 다시 제안될 수 있다”며 “지정학적 위험을 계속 모니터링하고 필요에 따라 추가적인 조치를 취하겠다”고 전했다.

생물보안법은 미국인의 유전자 데이터가 우시바이오로직스 등 중국 공산당과 협력관계로 의심되는 중국 바이오기업으로 이전되지 않도록 막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법안이다. 당초 지난해 하원 통과 후 연내 입법이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상원 통과는 무산됐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아포지의 전망처럼 올해 다시 생물보안법이 추진될 수 있다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다시 들어서면서 미국이 중국 견제를 더 강화할 가능성이 높아져서다.

이에 따라 삼성바이오로직스 같은 국내 CDMO 업체가 우시바이오로직스의 대안으로 부상한 것으로 파악된다. CDMO 관련 사업내용을 공개하지 않는 기업들까지 포함하면 아포지와 비슷한 사례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수주 호황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4조5473억원을 기록해 역대 최대 매출을 달성했고 연간 누적 수주 금액 5조원을 넘겼다. 올해는 전년대비 20~25% 성장한 5조5705억원의 매출을 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4공장. 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로직스 4공장. 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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