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오세임 상무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증권업계에 큰 변화를 일으킬 자본시장통합법 개정안이 국회 계류 중이기 때문이다. “자본시장통합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증권업계는 엄청난 변화를 맞이하게 됩니다. 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하기 위해 IT가 준비돼 있어야 합니다.” 오 상무는 증권사에 있어 IT는 비즈니스와 동일하다고 말한다. 비즈니스 변화는 곧 IT 변화다.
![[인터뷰]오세임 우리투자증권 상무](/news/photo/201910/7966_craw1.jpg)
자본시장통합법 개정안에 담겨 있는 중앙청산소(CCP) 설립에 대한 대응 방안도 마련한다. CCP는 거래소 장내 시장에서 거래된 상품에 제공되는 중앙청산결제서비스를 장외파생상품까지 확대한 시스템과 기관을 의미한다. CCP 제도가 도입되면 기존에 개인간 이뤄지던 장외파생상품거래 청산과 결제가 CCP에서 중앙 처리한다. CCP는 거래소에 설립된다.
오 상무는 “CCP 제도에 참여하기 위해 내부 시스템을 CCP와 연동할 수 있게 수정, 변경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체거래소(ATS) 참여 여부도 결정해야 한다. 대체거래소는 한국거래소 외 주식 매매거래를 체결하는 또 하나의 거래소다. 자본시장통합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설립 근거가 마련된다. 증권사들은 ATS에 참여하게 되면 주식 매매거래가 가능하도록 주문처리시스템을 연동해야 한다.
그러나 문제는 이처럼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자본시장통합법 개정안이 언제 국회를 통과할 지 모른다는 것이다. 최근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5월 국회에서 반드시 자본시장통합법 개정안을 통과시킬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하지 않다. 4·11 총선 이후여서 국회가 열려도 법안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가 많다. 적지 않은 예산을 투입해 IT사업을 추진하기가 부담스럽다. 그렇다고 해서 법안 통과만 기다리자니 새롭게 형성되는 시장 선점에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오 상무는 “우리투자증권 직원들은 많은 경험과 역량을 갖고 있다”면서 “협업과 IT과 함께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내부적으로 충분한 준비를 하겠다는 생각이다.
오 상무는 자본시장통합법 개정안 통과 외에 대응해야 할 것이 또 있다. 거래소 차세대시스템 가동에 대한 대비다. 거래소는 주문처리 속도를 큰 폭으로 개선한 차세대시스템을 구축, 내년 9월 가동 예정이다. 거래소 차세대시스템이 가동되면 증권사들도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모두 주문처리 속도를 단축해야 한다. IT투자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오 상무는 “증권사 CIO협의회에서 워킹그룹을 구성, 거래소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업계 의견을 받아 들여 차세대시스템 가동 일정을 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전했다. 증권업계는 예산을 확보하고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시간적 여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우리투자증권은 고객 서비스 수준을 높이기 위해 모바일 트레이딩 환경을 지속적으로 고도화 한다. 다양한 운용체계(OS)와 다기종 기기에서 구현할 수 있도록 통합 트레이딩 플랫폼을 개발, 적용했다.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모바일 트레이딩에 적용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퇴직연금 제도 변경에 따른 퇴직연금시스템 변경 작업도 진행 중이다. 오는 7월 법 시행에 맞춰 프로젝트를 완료한다.
핫이슈인 정보보호 강화도 오 상무의 핵심 과제 중 하나다. 개인정보보호법 계도 기간이 지난달 30일로 종료됨에 따라 대응체계를 철저하게 갖췄다. 관련 직원 정보보호 교육도 강화하고 있다. 정보 접근권한 기준을 직급이 아닌 직무로 바꿔 철저하게 적용했다. 오 상무는 “해외 금융사들은 모두 담당자에게만 접근 권한을 준다”면서 “내부 협의를 거쳐 업무에 관련이 없으면 임원도 정보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제도화했다”고 강조했다.
![[인터뷰]오세임 우리투자증권 상무](/news/photo/201910/7966_craw2.jpg)
오 상무는 IT직원 스스로가 이러한 생각을 갖고 일을 하다보면 무엇이 부족한지를 알게 된다고 한다. 금융상품과 비즈니스 환경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면 스스로 이를 채워야 한다는 것이다. 오 상무는 “IT조직 스스로가 IT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IT조직 외 다른 조직에서 IT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중요하다”며 “IT조직이 열린 마음으로 현업에 다가가 이해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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