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 이어 미공개정보 이용까지…나사풀린 은행원 모럴해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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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령 이어 미공개정보 이용까지…나사풀린 은행원 모럴해저드
  • 최광석 기자
  • 승인 2023.08.09 18: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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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700억원 횡령사고 이어 경남은행 부동산PF 자금횡령
국민은행 증권대행업무 직원들 미공개중요정보 이용해 주식차익 수백억원 챙겨

[프레스나인] 가장 안전하게 고객 돈을 보관하고 굴려야 할 은행이 횡령, 미공개중요정보 이용이라는 추문의 진원지가 되고 있다. 고객의 신뢰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은행에서 금융사고가 지속돼 사고 예방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금융회사 자율 규제인 내부통제만으로 금융사고를 예방하는데 한계가 있다면, 보다 근본적인 재발방지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은행권 금융사고가 주목을 받은 것은 지난해 우리은행의 700억원대 횡령사고였다. 우리은행 본점 기업개선부 직원은 2012년 6월부터 2020년 6월까지 8년간 8회에 걸쳐 총 708억원을 횡령했다.

우리은행 직원은 우리은행이 채권단을 대표해 관리하고 있던 대우일렉트로닉스 매각 계약금을 7회에 걸쳐 횡령했다. 관리자 직인을 도용하거나 관련 공·사문서를 위조해 출금 결재를 받아, 우리은행의 내부통제 시스템이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리은행은 대형 금융사고 발생 이후에도 금융사고가 이어졌다. 우리은행 전북지역 지점에서 근무하던 직원은 올해 5월부터 7만 달러 가량을 횡령하다 적발됐다.

우리은행만이 아니었다. 지난달 20일에는 경남은행 투자금융부서 A부장이 총 562억원을 횡령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경남은행 A부장은 2007년 12월부터 올해 4월까지 장기간 부동산 PF 업무를 담당하면서, 세 차례에 걸쳐 PF대출 자금을 몰래 빼돌렸다. 2021년 7월과 지난해 7월 PF대출 자금 326억원을 가족이 대표로 있는 법인계좌로 이체하는 방식으로 빼돌렸고, 지난해 5월에는 PF 대출 상환자금 158억원을 다른 PF 대출 상환에 유용했다.

우리은행과 경남은행의 금융사고는 한 직원이 동일 업무를 오랜 기간 맡다가 벌어졌다는 점에서 은행권 내부통제가 무력화된 사례로 평가된다. 명령휴가제나 순환근무 등을 통해 금융사고를 예방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제대로 시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근 적발된 국민은행 증권대행업무 담당 직원들의 미공개중요정보 이용은 은행권 모럴해저드의 극치라는 평가다.

국민은행 증권대행사업부 직원들은 2021년 1월부터 2023년 4월 사이 61개 상장사의 무상증자 업무를 대행하는 과정에서 취득한 정보로 본인 및 가족 명의로 관련 주식을 매수했다. 이후 무상증자 공시로 주가가 상승하면 차익을 실현하는 방식으로 약 66억원 규모의 부당이득을 챙겼다. 직원 중 일부는 은행 내 타 부서 동료직원, 가족, 친지, 지인 등에게 무상증자 정보를 전달해 약 61억원 규모의 이득을 취하게 했다. 금융당국이 잠정 집계한 이들의 총 매매 이득은 127억원이다.

증권대행 업무는 주식의 발행이나 배당금 지급 등의 업무를 대행하는 것으로 자본시장법 상 명의개서대행회사로 등록된 곳(한국예탁결제원, 국민은행, 하나은행)만 할 수 있다. 주식발행이나 배당금 지급 등이 일반투자자에게 알려지기 전에 내부 정보를 취득할 수 있기 때문에, 명의개서대행회사 임직원에 대해서는 별도의 규정도 두고 있다. 그럼에도 명의개서대행업무를 맡고 있던 은행원들은 내부정보를 이용해 시세차익을 거두고, 이를 지인들에게 전파해 시장질서를 교란했다. 또한 미공개중요정보를 조직적으로 공유한 정황도 포착됐다. 고객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금융회사의 근간을 훼손하는 행위를 장기간에 걸쳐 공모했다는 것이다.

 

국민은행 증권대행 업무 직원들 미공개정보 활용 주식거래 사건 개요 자료/금융위, 금감원
국민은행 증권대행 업무 직원들 미공개정보 활용 주식거래 사건 개요 자료/금융위, 금감원

금융당국은 “금융회사 임직원 미공개정보 이용행위는 자본시장에 대한 일반투자자들의 신뢰를 크게 훼손하는 중대 사안”이라며 “여타 증권대행 업무를 처리하는 금융회사에 대해서도 임직원의 미공개중요정보 이용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관련 내부통제시스템을 개선토록 하고, 임직원이 연루된 불공정거래행위 발생시 해당 금융회사에 대해 내부통제 부실 등 관련 책임을 엄중히 물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금융권 관계자는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불완전판매 때부터 내부통제 개선 방안이 제기됐고, 내부통제 개선을 위한 자정방안이 발표됐음에도 금융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면서 "금융사고 재발을 위한 책임있는 조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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