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평균금리 근접, 금융당국 기업 건전성 관리 주문도 영향

[프레스나인] 저금리를 앞세워 작년 하반기부터 기업대출 시장을 빠르게 선점해 온 우리은행이 연말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등 기업 자산부실화 우려와 연체율 이슈가 불거지자 건전성 관리와 수익성 개선 차원에서 금리 상향조정으로 속도조절에 나서는 모습이다.
1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국내은행 중 기업대출금리를 최저수준으로 유지해 온 우리은행이 12월 기업대출금리(평균/신규 취급액 기준)를 시중은행 평균 수준까지 인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은행이 12월 금리를 5.32%로 전달 보다 8bp 인상한 반면, 기업대출 시장을 놓고 경쟁을 벌이고 있는 하나은행과 농협은행은 금리를 전달 대비 각각 7bp(5.37%), 49bp(4.93%) 낮췄다.
우리은행이 지난해 하반기 기업금융 강화 선언 후 가장 공격적인 금리정책을 펼치며 기업대출자산을 빠르게 늘려 나간 점을 감안하면 브레이크가 걸린 셈이다. 하반기(7월~11월) 평균금리는 5.19%로 5대 은행(하나은행 5.29%, 신한은행 5.26, 국민은행 5.28%, 농협은행 5.25%) 포함해 국내 은행 중 제일 낮았다.
저금리 기조로 우리은행 기업대출금 잔액은 9월말 기준 6월말(132.5조원) 대비 6.6조원 증가한 139.1조원을 기록했는데 분기 성장률(5%) 기준으로는 2008년 6월 이후 가장 높았고, 5대 은행(하나은행 3.8%, 국민은행 3.1%, 신한은행 2.6%, 농협은행 1.5%) 중에서도 가장 가팔랐다.
연말 태영건설 워크아웃 사태로 부실기업 건전성 문제가 불거진 가운데 금융당국이 구조조정 미루는 금융사 엄중대응하겠다고 엄포를 놓는 등 시장안정 조치를 우선 주문함에 따라 건전성 관리·점검 차원에서 속도조절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지난해 하반기 목표비중을 어느 정도 끌어 올린 만큼 수익성 제고도 염두 한 조치로 보인다.
농협은행의 12월 기업대출 금리가 대폭 조정된 점이 눈에 띈다. 5대 은행 중 기업금융 부문이 가장 취약하도 평가된 농협은행이지만 올해 '기업금융 강화'를 선언한 바 있어 정책기조가 일부 반영됐을 것이란 분석이다. 최근 조직 정비를 통해 기업고객부를 중소기업고객부서와 대기업고객부서로 세분화하고 기존 기업투자금융부문을 기업금융부문과 투자금융부문으로 이원화하는 등 효율성과 전문성을 높였다. 이석용 행장도 신년사에서 “우량차주·유망분야의 신규 주거래기업 확대로 기업금융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며 기업금융 강화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다만, 농협은행은 금리가 급격히 변동한 이유와 관련해 “연말에 계약금리가 낮은 정책성자금 신규취급으로 기업대출금리 하락에 영향을 줬다고”고 설명했다.
기업대출에 가장 적극적인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올해도 이미 성장을 예고한 상태다. 우리금융은 그룹 경영전략워크숍에서 경영목표 달성을 위해 핵심사업이자 전통적 강점 분야인 기업금융에서의 명가 위상을 되찾기 위한 노력해 나가겠다고 천명했고, 하나은행도 내부적으로 올해 기업대출 성장을 통해 자산규모를 가시적 수준까지 확장시키겠다는 계획을 세운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