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PF 시장 연착륙 및 가계대출 관리 제시
조병규 우리은행장 횡령 사고 사과 "강화된 내부통제 시스템 아직 부족"
[프레스나인]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은행장들에게 "내부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을 경우 금융당국이 개입하겠다"고 선포했다. 금융당국이 내달 책무구조도 도입을 앞두고 은행권에 조직문화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이 금감원장은 19일 20개 국내은행장이 참석한 은행장 간담회에서 "은행권의 잇따른 불완전판매와 끊이지 않는 횡령 등 금융사고로 임직원의 도덕 불감증, 허술한 내부통제 등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다"며 "이는 은행의 존립 기반이 위협받을 수 있는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고 밝혔다. 그는 은행권의 파생결합펀드(DLF), 라임 사모펀드,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등 잇따른 불완전판매와 최근 우리은행의 100억원 규모 횡령 사고 등 끊이지 않는 금융사고를 우회적으로 언급하며 비판했다.
또, 홍콩 ELS사태와 관련해 은행권의 단기성과주의에 대한 목소리를 높였다. 이 금감원장은 "ELS 사태의 원인도 따지고 보면 은행의 단기 실적 위주 문화가 한몫을 했다"면서도 "이번 ELS사태가 은행이 영업실적보다 고객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성과 보상체계를 정립하는 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내달 3일 금융사고 발생 시 임원별 책임을 사전적으로 규정한 책무구조도 도입을 앞두고 있다. 이에 앞서 이 금감원장은 조직문화 차원에서 임직원의 의식과 행태의 근본적 변화를 기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다. 그는 "최고경영자(CEO)는 임직원 누구라도 불완전판매나 금융사고 개연성을 감지할 경우 이를 스스럼없이 문제제기할 수 있는 문화를 조성해야 하며 영업목표 달성을 위해 단기실적만 좋으면 내부통제나 리스크관리는 소홀히 하더라도 우대받는 성과 보상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꿔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감원은 효과적인 내부통제 관리를 선보인 사례로 호주와 네덜란드를 공개했다. 호주의 경우 주건전성감독청(APRA)은 종합 리스크관리 규정을 통해 은행·보험사의 조직문화를 평가하고 문제 발견 시 취약점에 대해 운영리스크 추가자본을 부과하는 등 즉각 개입한다. 네덜란드는 중앙은행(DNB)이 주기적으로 금융회사의 조직문화를 점검하고, 발견된 취약점의 심각성에 따라 3단계로 구분해 차별화된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아울러 이 금감원장은 국내 금융시장의 위험요인으로 꼽히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의 연착륙과 가계부채 관리를 위한 은행권의 역할을 제시했다. 이 금감원장은 부동산 프로PF시장의 연착륙을 위해서 "잠재부실 사업장에 묶여있는 자금이 선순환돼 부동산 PF 시장이 조기에 정상화될 수 있도록 보험권과 함께 신디케이트론에 적극 참여해 이른 시일 안에 가시적 성과가 나타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말했다. 또, 그는 "가계부채는 지난 2년간 통화긴축 기조, 금융당국과 금융권의 노력 등으로 안정적으로 관리됐지만 향후 금리·주택시장 등 거시경제 환경 변화에 따라 증가세가 더욱 빨라질 수 있다"며 "내달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제도의 차질없는 시행 등을 위한 준비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조병규 우리은행장은 잇달아 벌어지고 있는 횡령 사고에 대해 사과했다. 우리은행에서 지난 2022년 700억원 규모의 횡령사고가 발생한데 이어 올해 100억원대 횡령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조 은행장은 "강화된 내부통제 시스템으로 저희가 자체적으로 막을 수 있었지만 원천적으로 막지 못한 것은 아직까지도 부족한 부분이 있었던 것이라 생각한다"며 "이번 사건에 대해서 철저하게 파악하고 그리고 또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개선해 재발 방지를 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