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보험사 보다 해외 은행 M&A가 더 매력적
[프레스나인] 부족한 부분을 ‘강화’하라는 주장은 아무나 할 수 있지만 어리석은 충고라고 말하기도 어렵다. 그런데 하나금융에 ‘비은행 강화’ 하라는 충고고의 내용을 보면 보험사를 인수 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부분이다.
이런 주장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논거에는 KB손해보험이 있다. KB금융지주의 자회사 KB손해보험은 2024년 3분기 누적 기준 740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그런데 7400억원은 배당 가능 이익이 아니다. 엄밀히 따지면 이익으로 볼 수도 없다.
KB손해보험의 3분기 누적 ‘포괄손익’은 오히려 1667억원 적자다. KB손보의 3분기말 자본은 연초 대비 줄어들었다. 이익은 순자산이 늘어나는 것을 보여주는 회계적 표현이다. 그런데 IFRS 17이 도입되고 보험부채가 늘어 손실을 잡을 때 순이익 아래단에 있는 포괄손익으로 잡기 때문에 포괄손익을 봐야만 완전한 그림을 볼 수 있다.
그나마 손해보험사는 생보사에 비해 양호한 편이다. 신한금융지주의 자회사 신한라이프 3분기 누적 손익은 4671억원 흑자이다. 그런데 3분기 누적 포괄손익은 1조424억원 적자다. KB라이프생명도 3분기 누적 순이익은 1960억이지만 포괄손익은 8840억원 적자다.
밸류업 프로그램이 도입되고 주주환원율은 시장이 주목하는 지표가 되었다. 그런데 보험사들의 순이익은 배당가능 이익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몇몇 생보사들은 흑자인데도 불구하고 배당은 커녕 자본 확충에 나섰다.
한화생명은 24년 상반기 6673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그런데 상반기 포괄손익은 1조6902억원 적자다. 한화생명은 K-ICS 관리를 위해 자본확충에 돌입한 상태다. 지난 7월 5000억원에 이어 9월에는 6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물론 보험사를 인수할 때 좋은 가격에 인수를 할 수 있다면 해야한다. 하지만 우리금융의 경우에서 보듯이 싸보이는 것이 싼것이 아닐 수도 있다. 동양생명 인수설이 나돌 때만 해도 우리금융이 엄청난 염가매수차익을 누릴 것으로 예상되었다. 그런데 동양생명의 순자산 가치는 2023년 말 2조9040억에서 3월말에 2조5315억으로 떨어졌다. 6월말에는 추가 하락해 2조1933억원이 되었다. 아마도 9월 기준으로 추가 하락했을 가능성이 있다. 연말에는 자본 확충 문제까지 불거질 가능성이 충분하다.
보험 부문에서 대규모 포괄손실로 인해 순자산이 빠르게 줄어드는 이유는 금리 하락과 부채 할인율의 변경 때문이다. 금융당국의 ‘보험부채 할인율 현실화 계획’에 따르면 장기선도금리(LTFP)는 2023년 4.8%, 2024년 4.55%, 2025년 4.3%, 2026년 4.05% 2027년 3.8%로 매년 25bps씩 감소한다.
할인율은 미래 시점의 부채를 현재가치로 계산하기 위해 적용하는 금리이다. 그런데 보험 부채는 초장기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관찰이 불가능한 구간의 금리를 추정해 사용하는데 이를 장기선도금리(LTFR)라고 한다.
보험사 부채를 시가로 평가하는 회계제도(IFRS 17)가 도입 되면서 장기선도금리가 주목을 받고 있다. 할인율에 따라 보험 부채 규모가 크게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IFRS 17을 도입하면서 장기선도금리를 높게 산정하여 현실과 다르게 재무건전성 착시 현상이 나타났는데 이를 앞으로 바로 잡겠다는 것이다.
중단기 금리 또한 하락 추세다. 미국 연준이 금리 인하 사이클에 들어가면서 시장금리는 하락세다. 부채 평가 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자산운용 수익률 하락 가능성을 고려한다면 자본관리부담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KB금융은 3분기 누적 순이익 4조3953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보험 부문에서 ‘포괄손익’을 반영하면 KB금융의 실적은 2조4087억원이다. 신한금융지주는 3분기 누적 기준 순이익 3조9856억원을 기록했다. 그런데 마찬가지로 보험 부문에서 ‘포괄손익’ 반영시 3분기 누적 순이익은 2조4761억원이다. 금융지주들의 손익에 보험사들의 포괄손익을 반영해야만 한다면 올 3분기 ‘리딩금융’은 하나금융지주이다.
즉, KB손보의 포관손익을 보지 않고 순이익만 보고 하나금융지주가 보험사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말은 매우 슬기롭지 못한 충고다. M&A여력이 있다면 해외에서 은행 인수가 더 현명한 전략일 수도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