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ADC는 발굴 초기...개발 중단된 물질도
[프레스나인] <편집자주>제약바이오 업계가 버블과 장기간 침체의 부침을 반복하면서 최근 '옥석가리기'가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제약바이오 기업이 살아남고 부실기업은 퇴출되는 것이 장기적으로 건강한 생태계 조성을 위한 성장통으로 볼 수 있다. <프레스나인>은 제약바이오 신뢰도 제고에 보탬이 되고자 업계 전반을 들여다보고자 한다.
와이바이오로직스가 인투셀과 공동개발하는 항체약물접합체(ADC) ‘YBL-015(ITC-6146RO)’는 회사가 보유한 여러 파이프라인 중 특히 파트너사의 개발 의지가 강한 물질로 평가된다. 기업공개(IPO)를 준비하는 인투셀은 해당 물질을 최우선 파이프라인으로 내세우고 있다.
다만 ITC-6146RO가 만약 기술이전 후 상업화에 돌입하더라도 와이바이오로직스가 가져가는 이익은 매우 제한적인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보인다. 가장 각광받는 모달리티의 성공이 ‘남의 잔치’에 그칠 수 있다는 얘기다.
와이바이오로직스는 2017년 9월인투셀과 ITC-6146RO 관련 공동연구 계약을 체결했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개발후보물질 단계까지 공동연구 후, 인투셀이 전용실시권을 갖고 후속 개발을 맡는다. ITC-6146RO라는 후보물질을 도출한 후 와이바이오로직스의 역할이 사실상 종료됐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향후 임상 등 본격적인 개발을 위해 자금을 투입하는 쪽은 인투셀이다. 통상 비임상 독성시험만 해도 20억~30억원가량 들고 인간 임상부터는 단계별로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임상 1상만 해도 50억원 이상이 들고 임상 2상은 약 100억원, 임상 3상은 1000억원 이상을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ITC-6146RO의 기술이전 수익 분배 지분율은 공개되지 않았다. 하지만 직접 위험 부담을 지는 인투셀이 훨씬 더 많은 부분을 가져갈 수밖에 없다.
항체, 페이로드, 링커 등 ADC 구성요소의 비중이 지분율 책정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ADC는 체내 타깃을 찾는 항체에 페이로드를 실어 암세포를 타격하는 구조다. 링커는 항체와 페이로드를 연결해 약물이 정확히 필요한 곳에서 분리되도록 한다. ITC-6146RO 개발에 관해 와이바이오로직스는 항체를, 인투셀은 링커와 페이로드를 맡았다.
한 제약바이오업계 관계자는 “ADC 효과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링커나 페이로드다. 항체의 중요성은 상대적으로 낮다”며 “와이바이오로직스의 ITC-6146RO 지분율은 한 자릿수 초반대에 그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인투셀이 전체 1조원 규모 기술이전을 달성해도 와이바이오로직스에는 수십억원 정도만이 들어간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기술이전 수익은 업프론트(계약금), 단계별 마일스톤, 매출 로열티 등으로 구성된다. 대체로 전체 계약 규모의 90%가량을 신약 승인·출시에 따른 마일스톤과 매출 로열티가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로열티 비율은 개발 단계에 정비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예를 들어 전임상에서는 한 자릿수 중반대, 임상 3상에서는 10~15% 수준의 로열티가 책정되는 식이다.
ITC-6146RO는 인투셀의 첫 임상 파이프라인인 만큼 비용 부담이 비교적 덜한 임상 초기에 기술이전이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고형암이라는 것 이외의 상세한 적응증이 아직 정해지지 않은 만큼 상업성을 예단하기는 어렵다. 계산하기 쉽게 향후 매출을 1조원으로, 인투셀의 로열티율을 8%로 가정하면 인투셀은 800억원의 수익을 얻게 된다.
와이바이오로직스는 이 800억원을 다시 정해진 지분율만큼 나눠받아야 한다. 한 자릿수 초반대 지분율(1~4%)로 추정할 경우 8억~32억원의 수익이 남는 셈이다.
와이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ITC-6146RO를 포함한 파이프라인들의 기술이전 수익 지분율은 공개하지 않는다”며 파이프라인 개발에 어느 정도로 기여했느냐에 따라 지분율이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분율이 낮을 경우 기대수익이 적을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여러 파이프라인을 개발하는 만큼 특정 파이프라인에만 의존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와이바이오로직스는 자체개발과 공동개발을 통틀어 다양한 파이프라인을 갖추고 있다. 일부 물질은 국내나 미국에서 인간 임상에 들어갔다. 다만 ADC 분야에 한해서는 ITC-6146RO의 개발이 가장 활발하게 진행중인 것으로 보인다. 다른 ADC에 관해서는 당분간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
와이바이오로직스의 ADC 연구개발 현황을 보면 인투셀 이외에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전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 인투셀, 파티앱젠, 앱티스 등과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중 파티앱젠, 앱티스와 개발하는 물질은 아직 발굴 단계에 머무른다.
2016년부터 리가켐과 공동개발하는 항DLK1 ADC ‘YBL-001(LCB67)’의 경우 2020년 말 미국 픽시스온콜로지에 기술이전됐다. 당시 계약 규모는 2억9400만달러(약 3250억원)로 계약금은 105억원이었다. 와이바이오로직스는 이 계약금 중 일부를 지분율대로 받았다.
하지만 이후 LCB67의 개발은 좀처럼 진전되지 않고 있다. 픽시스는 해당 물질을 PYX-202라는 이름으로 개발했으나 비임상에서 페이로드 관련 독성 문제가 발생해 2022년 8월 개발을 중단했다. 리가켐은 LCB67의 페이로드를 바꾼 신규 물질을 자체 개발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다른 후보물질들에 비해 우선순위가 높지 않아 보인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