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근 대표 특수관계자, 제노스코 상장으로 사익 의혹...“주주들은 투자기회 못 받아”
“누가 국장 투자하겠나”, 한국거래소·금융당국 상장심사 규탄
<편집자주> 주식회사 존재의 이유는 주주가치 제고다. 황제경영, 사익편취로 인한 주주 이익을 훼손했다면 경영진으로서 명백한 위반 행위다. 프레스나인은 주주가치 훼손으로 고통받는 소액주주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려 한다.
[프레스나인] “오스코텍이 몇 차례 유상증자를 해도 필요한 일이라 믿고 버텼어요. 폐암 신약이 미국 FDA 승인을 받았을 때는 기다림이 보상받는 것 같았죠. 그런데 제노스코 중복상장이 발표되면서 주가가 오히려 떨어졌어요. 앞으로 누가 과연 국장에서 장기투자를 할까요?”
얼음이 어는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앞에서 만난 주주 유미진씨(31)가 한 말이다. 유미진씨와 함께 선 어머니 노자명씨(61)는 “오랜 믿음이 배신당한 것 같아 속상하고 억울하다”며 한숨지었다. 모녀는 10년 가까이 오스코텍에 투자했다고 했다.
이날 유씨와 노씨 모녀를 비롯한 오스코텍 주주들은 따뜻한 방 안에서 몸을 녹이는 대신 찬바람을 맞아가며 각양각색의 팻말을 치켜들었다. ‘제노스코 상장 철회’, ‘중복상장 웬말이냐’, ‘김정근은 물러나라’ 등의 문구가 적혔다.
강경한 문구와 달리 주주들의 면면은 주위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이웃이었다. 나이, 성별, 직업도 제각각. 이들이 하나로 뭉쳐 한겨울 거리로 나선 것은 오스코텍의 기업가치 하락을 더 이상 두고볼 수 없다는 절박함 때문이다.
용인에서 온 임호씨(48)는 아내, 초등학교 1학년생 딸을 동반했다. 본인과 아내는 물론 자녀 역시 오스코텍 주식을 갖고 있다.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해 오스코텍에 4년 정도 투자했어요. 그런데 말도 안 되는 일(제노스코 상장 추진)이 발생한 겁니다. 그래서 주주로서 집회에 동참하기로 했습니다. 딸도 자기 자산을 지키는 활동을 경험하는 게 좋은 공부가 되겠죠.”

오스코텍은 제노스코와 함께 유한양행 폐암 신약 ‘라즈클루즈(성분명 레이저티닙)’ 권리를 나눠 갖고 있다. 올들어 레이저티닙과 얀센 ‘리브리반트(성분명 아미반타맙)’ 병용요법이 미국에서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제로 승인됨에 따라, 오스코텍과 제노스코는 앞으로 막대한 로열티 유입을 누릴 전망이다.
그러나 주가는 내리막이다. 제노스코의 국내 상장 소식이 호재에 찬물을 끼얹은 것. 오스코텍에 온전히 쏠려야 할 기업가치 상승분이 제노스코로 분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투자자들의 발길을 돌리게 했다.
최영갑 오스코텍 주주연대 대표는 “신약의 수익성에 대한 기대로 장기간 오스코텍에 투자해 온 주주들은 이제 그 가치를 새로 유입되는 제노스코 주주들과 나눠야 하게 된다”며 “알짜 자회사의 상장으로 인해 주주들의 피해가 극심해질 것으로 예상되기에 경영진을 규탄하고 자회사 상장 철회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게 됐다”고 설명했다.
주주들이 분노한 건 단지 떨어진 주가 때문만은 아니다. 제노스코의 상장이 김정근 오스코텍 대표의 사익과 관련돼 있다는 의심이 제기된 것. 김정근 대표 아들로 알려진 특수관계인이 제노스코에 근무하는 한편 회사 지분도 보유했다는 내용이다.
이에 주주연대는 사측에 제노스코 지분구조를 밝힐 것을 요구하고 있으나 ‘공개하기 어렵다’는 답변만 돌아오는 상태다.
주주 박사철(54)씨는 “특수관계자와 연관 여부를 회사가 밝히지 않으면 소문이 진실이라고 믿을 수밖에 없다”며 회사의 ‘불통’을 비판했다.
“지금 상황에서 상장하면 김정근 대표와 특수관계자만 돈을 버는 꼴입니다. 반면 일반 주주들에게는 애초 제노스코 투자 기회가 제공되지 않았어요. 자기는 무슨 짓을 해도 자리를 지킬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습니다. 초다수결의제를 철폐하고 경영진에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합니다.”
대전에서부터 상경한 박세진씨(53)도 “단지 분노해서 이 자리에 나왔다”며 “주주들은 회사의 주인이다. 그런데 회사는 주인 생각에 관심도 없고 대화도 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주들은 한국거래소와 금융감독원 차원에서 오스코텍의 제노스코 상장을 막아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제노스코 사례와 같은 중복상장이 지속될 경우 국내 주식시장의 경쟁력이 저하되는 만큼 제도적인 정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 대표는 “대한민국 중복상장 비율은 18%로 세계 어느 증시에서도 볼 수 없는 상황”이라며 “부실한 상장 심사로 오스코텍, 제노스코의 중복상장을 허용한다면 이는 대한민국 자본시장 불신에 쐐기를 박고 국장 탈출을 가속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스코텍 주주연대는 주주 872명이 서명한 제노스코 상장 철회 요구서를 한국거래소, 금융감독원에 각각 전달했다. 이와 함께 오스코텍과 제노스코에 대한 소송 등 법적 조치에도 착수하기로 했다. 또 내년 주주총회에서는 김정근 대표의 연임을 저지한다는 방침이다.
주주연대는 주주행동 플랫폼 ‘액트’를 통해 20일 기준 13.56%의 지분을 모았다. 개인투자자 지분만으로 김정근 대표 및 특수관계자 지분 12.86%를 넘어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