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스나인] HD현대가 글로벌 수주 확대와 생산 능력 확보를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북아프리카 모로코에 조선소 운영권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 이는 현재 자사 도크가 이미 2.5년 치 물량으로 포화 상태에 이른 가운데, 추가적인 생산 거점 확보를 통해 조선업계 슈퍼사이클에 적극 대응하기 위한 행보다.
모로코 카사블랑카에 건설 중인 대형 조선소는 아프리카 최대 규모인 21만 제곱미터로, 모로코 정부 산하 항만청이 현재 운영권 입찰을 진행 중이다. HD현대는 이 입찰에 참여해 30년간 조선소 운영권을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이는 아프리카뿐 아니라 유럽과 미주 시장을 동시에 공략할 수 있는 전략적 입지로 평가된다.
모로코 정부는 2040년까지 100척 이상의 상선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으며, 현재 자국 선박 보유 수가 16척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향후 지속적인 발주가 예상된다. HD현대는 현지에서 선박 수요를 직접 흡수하는 동시에 유럽 해운사들로부터의 수주 가능성도 높이 평가하고 있다.
HD현대의 해외 조선소 확보 전략은 이미 베트남, 필리핀, 울산, 전남 영암 등에서 글로벌 생산 체계를 운영해온 흐름의 연장선에 있다. 현재 연간 선박 건조 가능 수는 약 180척이지만, 2025년 5월 기준 수주잔량이 451척에 달해 생산 캐파 증설이 시급한 실정이다. 다만, 새로운 조선소를 직접 건설하는 것은 수천억 원의 비용과 수년간의 시간이 소요되는 고위험 전략이기 때문에 HD현대는 운영권 확보나 현지 협업을 통해 리스크를 줄이고 실효성을 확보하는 방향을 택하고 있다.
이러한 전략은 인도와 미국에서도 병행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인도 국영 코친조선소와 장기 기술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인도 정부의 'Maritime Vision 2030' 및 'Amrit Kaal Vision 2047'에 부응해 향후 10년간 계획된 1,000척의 선박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한편, 미국에서는 에디슨 슈에스트 오프쇼어와의 협약을 통해 오는 2028년까지 현지 조선소에서 LNG 이중연료 컨테이너선을 공동 건조할 예정이며, 이후 선종 다변화도 계획하고 있다.
조선업은 대부분의 수익이 선박 인도 시점에 발생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생산 거점 확장은 수익 실현 속도를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HD현대는 이러한 특성을 고려해 신규 건설보다는 운영권 확보나 현지 조선소 협업 방식을 통해 생산 효율성과 재무 건전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전략을 실행 중이다.
업계에서는 HD현대가 추진 중인 해외 진출 전략이 단순한 생산 증대를 넘어 글로벌 해양 산업 재편 과정에서의 주도권 확보를 의미한다고 평가하고 있다. 모로코를 시작으로 인도, 미국까지 연결되는 HD현대의 글로벌 조선 네트워크는 앞으로의 조선업계 판도 변화에 핵심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