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 DB메탈 합병결정 2개월만에 철회…'지주사 전환회피' 우려에
상태바
DB, DB메탈 합병결정 2개월만에 철회…'지주사 전환회피' 우려에
  • 김현동 기자
  • 승인 2023.10.23 11: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DB하이텍 물적분할후 DB메탈 흡수합병 결정에 '지주회사 전환요건' 회피 우려 제기
문덕식 DB 대표이사 "동의 못해"
"일부 주주 우려에 합병계약 해제"
문덕식 DB 대표이사가 16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문덕식 DB 대표이사가 16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를 경청하고 있다. 문 대표이사는 지주회사 전환회피 지적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그럼에도 DB와 DB메탈 이사회는 국정감사 직후 합병계약 해제를 의결했다.

[프레스나인] DB가 DB메탈과의 합병 결정을 철회했다. DB의 지주회사 지정 회피를 위한 물적분할과 시세조종이라는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결정으로 평가된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DB는 지난 20일 오전 이사회를 열고 지난 8월16일 체결한 DB메탈과의 합병계약 해제를 의결했다. 합병계약 해제와 함께 DB메탈 합병에 따른 한국거래소 우회상장 예비심사 신청서 철회도 의결했다.

이날 이사회는 김남호 회장의 불출석으로 문덕식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으로 회의를 주재했다. 문덕식 대표이사는 이사들에게 "국제정세 불안 등 경제 환경의 불확실성 증대로 인한 합병 시너지의 불확실성, 합병 목적에 대한 일부 주주와 시장의 오해로 인한 부정적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합병 절차 중단이 회사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합병 철회 배경을 설명했다.

8월 이사회 당시 DB메탈과의 합병을 찬성했던 문덕식 대표이사, 강운석 대표이사, 이제형 사내이사, 정인환 사내이사, 이동훈 사외이사, 윤용로 사외이사, 오규원 사외이사 등 이사회 출석인원 전원이 합병 해제를 승인했다.

합병 결정후 2개월만에 합병을 철회한 배경에는 지주회사 전환 회피와 시세조종 등에 대한 지적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합병 진행과정에서 기업결합 수리가 필요하고, 시세조종에 대한 조사 요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문덕식 대표이사에게 DB가 자회사 주식가액의 합계액을 줄이고 모회사의 자산총액을 늘리는 방법으로 지주회사 전환 요건을 회피했다고 지적했다. DB는 자회사인 DB하이텍의 주가 상승으로 인해 지주회사 강제전환 요건에 해당되자 DB하이텍의 물적분할을 결정했다. 이와 함께 DB메탈과의 합병을 결정해 모회사인 DB의 자산총액 증가를 도모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DB는 지난해 5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지주회사 전환요건에 해당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공정거래법은 자산총액 5000억원 이상이고, 자회사 주식가액 합계액이 모회사 자산총액의 50%를 넘게 되면 지주회사 전환요건을 충족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DB는 지주회사로 전환될 경우 DB하이텍 지분을 추가로 매입하고, 핵심 자회사인 DB손해보험을 정리해야 한다. DB그룹 입장에서 금융 계열사 정리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선택이다.

이용우 의원실에 따르면 DB는 DB메탈과의 합병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DB메탈의 차입금 1512억원에 대해 김준기 DB그룹 창업회장이 지급보증을 제공했다. 이용우 의원은 "DB메탈이 특수관계자로부터 지급보증을 받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합병을 하게 된다면 배임이 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용우 의원은 금융감독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는 DB하이텍, DB의 지주회사 지정회피를 위한 시세조종에 대한 검사를 요청하기도 했다.

문덕식 DB 대표이사는 국정감사 답변에서 "(지주회사 전환 회피에 대해)동의하지 않는다"면서 "팹리스와 팹을 분리하는 게 사업 성장과 기업가치 제고에 도움이 된다"고 반박했었다. DB하이텍은 올해 3월 열린 주주총회에서 팹리스 사업부문 물적분할을 승인했다.

DB와 DB메탈은 8월16일 합병계약을 체결했고, 오는 11월10일 합병대상 주주를 확정한 뒤 내년 2월1일자로 합병을 완료할 예정이었다. 김준기 창업회장은 1994년부터 2002년까지 DB손해보험(옛 동부화재) 보유 지분을 김남호 회장에게 증여하고, 2007년에는 동부CNI(현 DB) 지분증여까지 마쳤다. 2015년에는 김남호 회장을 대상으로 DB메탈 3자배정 유상증자도 결정했었다. DB와 DB메탈이 합병할 경우, 김남호 회장은 DB손해보험에서 시작해서 DB-DB메탈까지 지배력을 공고히 할 수 있게 되는 절호의 기회였다. 이를 감안하면 DB와 DB메탈 간의 합병의 중심에 김준기 창업회장이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게 된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