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기업대출 전기대비 5%나 늘려
CD 등 시장성예금 14조원 넘어서 2008년 이후 최대

[프레스나인] 조달금리 상승에도 대출금리를 쉽게 올리지 못한 주요은행이 대출경쟁에 나서면서 시장성예금을 집중적으로 늘렸다. 특히 우리은행은 양도성예금증서(CD) 등 시장성예금을 금융위기 당시 수준으로 크게 늘렸다. 시장성예금을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우리은행은 기업대출을 집중적으로 증가시켰다. 시장성예금은 조달비용을 증가시켜 수익성에 영향을 미치고, 시장상황 변화에 따라 자금조달의 안정성이 저해될 수 있다.
31일 은행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의 시장성예금 규모는 지난 9월말 기준 14조3348억원으로 전기 대비 8.5% 늘어났다. 올해 들어서는 작년말 대비 123.9% 폭증했다. 우리은행의 시장성예금 규모는 과거 2007~2008년 금융위기 당시 수준에 버금가는 규모다. 우리은행의 시장성예금은 2008년 3월말 19조6700억원 수준까지 늘어난 적이 있다. 당시 CD 발행 규모가 19조3140억원으로 절대적이었다.
우리은행 외에 다른 주요 은행도 시장성예금을 크게 늘렸다. 하나은행의 시장성예금은 9월말 기준 22조2287억원으로 전기 대비 40.7%, 올해 들어서는 709.0%나 늘어났다. 국민은행의 시장성예금도 13조3493억원으로 올해 들어 110.9% 증가했다. 농협은행의 CD 발행 규모도 8005억원으로 작년 말에 비해 40.5% 늘어났다. 다만 신한은행의 시장성예금은 작년 말에 비해 소폭 줄었다.
시장성예금은 CD, 환매조건부채권(RP), 표지어음 등을 통칭하는 자금조달 수단이다. 요구불예금처럼 이자가 거의 없는 저원가성예금에 비해 원가가 비싸 은행 수익성에 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우리은행의 순이자마진(NIM)은 9월말에 1.55%로 전기 대비 0.04%포인트 줄었다. 이자부자산은 늘었지만, 이자부부채가 더 늘어났기 때문이다.
올해 예금은행의 수신현황을 보더라도 CD발행이 대폭 늘어나 시장성수신 집중 상황을 알 수 있다. 예금은행의 원화예수금은 8월말 기준 1959조8110억원으로 작년 말에 비해 0.1% 증가한 데 비해 CD순발행은 71조2788억원으로 같은 기간 49.5% 늘어났다. 반면 은행채 발행액은 295조9428억원으로 3.6% 줄었다.
시장성예금이 크게 늘어난 것은 은행들이 대출 경쟁에 뛰어들면서 실탄이 모자랐기 때문이다. 주요 은행의 저원가성예금이 줄어든 데 비해 원화대출금은 늘어났다. 5대은행의 합산 원화대출금은 전기 대비 1.9% 증가했는데, 우리은행은 원화대출금을 가장 빠르게 늘렸다. 대출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우리은행은 시장성예금을 동원한 것이다.
우리은행의 원화대출금 잔액은 9월말 현재 274조2044억원으로 전기 대비 2.9% 늘어났다. 가계대출금은 같은 기간 1.1% 증가에 그쳤으나 기업대출금은 5.0%나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