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치명령권' 도입하고도 금융당국 뒤늦은 'H지수 ELS 대응 TF'…"투자자 자기책임 원칙 훼손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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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치명령권' 도입하고도 금융당국 뒤늦은 'H지수 ELS 대응 TF'…"투자자 자기책임 원칙 훼손 안돼"
  • 김현동 기자
  • 승인 2023.12.22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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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민원 및 분쟁조정, 판매금융사 검사 대응 차원
판매 금융사에 "엄정 파악
금융감독원이 2022년 5월 발간한 '자본시장 위험 분석보고서'의 ELS 관련 내용.
금융감독원이 2022년 5월 발간한 '자본시장 위험 분석보고서'의 ELS 관련 내용.

[프레스나인] 약 20조원에 달하는 홍콩H지수 연계 ELS(주가연계증권)에 대응하기 위한 금융당국 차원의 태스크포스(T/F)가 운영된다. T/F는 ELT와 ELS 판매 금융회사에 대한 검사와 조치는 물론이고 소비자 민원과 분쟁 조정에 대응하기 위한 차원이다. 홍콩H지수 하락 과정에서 조치명령권 등의 대응 수단이 있었음에도 내년 초 관련 상품의 만기에 임박해 검사와 조치만으로 대응해 감독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2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이세훈 금융위 사무처장 주재로 홍콩H지수 연계 ELS 관련 합동점검 회의를 열었다고 밝혔다.

회의에서는 H지수 기반 은행권 신탁(ELT)와 증권사의 ELS 판매 현황을 점검하고, 향후 발생할 수 있는 투자자 손실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 달 기준 H지수 ELS 총판매 잔액은 19조3000억원이다. 이중 ELT로 판매된 금액이 15조9000억원(82.1%)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주요 판매사는 국민은행, NH농협은행,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등이다. 증권사에서는 KB증권, NH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신한증권, 키움증권, 한국투자증권 등이다.

판매 ELS는 주로 H지수가 고점이었던 2021년 초 이후 발행됐다. 2020년말 1만738포인트였던 H지수는 2021년 2월17일 1만2229포인트로 고점을 기록한 뒤 그 해 말 8236포인트로 떨어졌고, 2022년 10월31일 4939포인트로 저점을 형성했다. 이후 2022년 12월말 6705포인트로 반등했으나 올해 12월21일 현재 5620포인트로 오히려 소폭 하락했다. 주로 발행된 시점과 비교해 큰 폭으로 하락해 내년 초 만기 도래 시점에 투자자 손실 발생 가능성이 높다.

금융당국은 "H지수가 급락한 2022년 4분기부터 투자자 손실 가능성에 대비해 H지수 기반 ELS 판매사들에게 고객 대응체계 마련을 지도해왔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조치명령권 등의 직접적인 감독에 나서지는 않았다. 금융당국은 올해 11월부터 주요 12개 판매사에 대한 현장 및 서면 조사를 실시했을 뿐이다. 올해 3월21일 신설된 조치명령권의 세부 조치 사항에는 '증권 및 파생상품의 매매제한'이나 '파생상품의 거래규모 제한' 등도 포함돼 있다. 2015년 증권사들에게 홍콩H지수 연계 ELS 발행 자제를 당부하는 조치명령권 발동을 거론했으나 실행에 나서지는 못했다. 금융감독원은 2020년에 이미 자본시장 리스크 요인으로 100조원의 ELS를 시스템 리스크로 규정했지만, 발행총량 규제라는 규제를 검토하기도 했지만 직접적인 대응책을 마련하지는 않았다.

당국은 사후 약방문 차원에서 H지수 ELS 손실 현실화 시 소비자 민원·분쟁 조정, 판매 금융회사에 대한 검사·조치 등에 대응하기 위한 'H지수 기반 ELS 투자자 손실 대응 TF'를 금감원에 설치·운영하기로 했다.

이날 회의를 주재한 이세훈 사무처장은 "향후 대응에 있어 투자자 자기책임 원칙이 훼손되지 않도록 유념해 달라"고만 당부했다. 감독 책임 대신 판매 금융사에 대한 제재 가능성만 언급하기도 했다. 이 사무처장은 "향후 금감원 검사 결과를 토대로 금융회사의 위규 소지를 엄정히 파악하고, 불완전판매 등이 확인되면 관련 법규에 따라 신속하고 합당한 피해구제가 진행될 수 있도록 구제 절차 마련에 힘써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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