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황영기 전 행장시절의 뱅크워 소환하며 기업금융 확장전략

[프레스나인] 5대 은행 중 만년 순익 꼴찌를 기록하고 있는 우리은행이 올해 순익 1위 달성을 천명했다. 20년 전 황영기 전 행장 시절의 순익 1위 달성 기록을 소환하면서 대출자산 확장 전략을 밝힌 것이다.
조병규 우리은행장은 최근 열린 2014년 경영전략회의에서 "올해 시중은행 당기순이익 1위를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조 행장은 '1등은행 DNA'를 다시 일깨우고 선택과 집중의 영업전략을 통해 ‘2024년 시중은행 중 당기순이익 1위 목표 달성’을 대내외에 천명했다.
우리은행의 연간 순익이 시중은행 중 1위를 차지한 것은 2004년 황영기 전 행장 시절이 마지막이다. 당시 황 전 행장은 연초 영업본부장들에게 단검을 선물하면서 뱅크워(bank war)를 진두지휘했다. 그렇지만 우리은행의 1등 시절은 2004년이 마지막이 돼 버렸다. 이후 20년간 우리은행은 기업여신 부실과 해외파생상품 부실, 사모펀드 불완전판매 등으로 인해 만년 순익 꼴찌를 면치 못했다. 2020년에는 신용사업 부문을 분리한 농협은행에 순익에서 뒤지기도 했다. 우리은행이 최하위 은행으로 전락한 사이 리딩뱅크 경쟁은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의 차지였다.
20년간의 최하위 은행에서 벗어나기 위한 조병규 행장의 전략은 기업여신 확대 전략이다.
우리은행은 2023년 하반기에만 15.6조원의 기업자산을 확장했다. 올해도 예고한대로 대기업 여신 30%, 중소기업 10% 성장시켜 약 17.5조원(142.5조원→160조원) 규모의 기업대출을 일으킬 계획이다. 이미 KPI(핵심성과지표) '기업대출' 배점을 90점에서 100점으로 상향하는 등 기업금융에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는 모습이다. 하반기 이후 우리은행 기업자산 성장속도가 4대 은행 중 가장 빠른 페이스인 까닭에 가시적 이자이익 성장이 예상된다.
다만, 고금리가 장기간 지속되는 과정에서 자산이 급하게 성장하다 보니 건전성 관리가 우려될 수밖에 없다. 심사기준을 강화하고 있긴 하지만 한계기업과 연체율 증가에 따른 충당금 누적이 영업이익을 얼마나 갉아먹을지 관건이다. 여기에 기업금융 시장선점을 위해 지난해 하반기부터 저금리 정책을 유지해 온 점도 이자수익률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비용절감 차원에서 지난해 최대한 억눌러 온 판관비가 올해 얼마만큼 튀어 오를지도 관심이다. 가계보다 위험가중자산 비중이 높은 기업여신의 급성장으로 자본비율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분도 신경써야 하는 부분이다.
우리은행은 중장기 경영목표를 "기업금융 명가재건을 조기에 완수하고 ‘지속 가능한 개인금융 경쟁력 확보’와 ‘아시아 No.1 글로벌 금융사 도약’ 전략에 매진하겠다"고 밝힌 만큼 업계도 올해 우리은행 순이익 성장이 상당부분 기업금융에 발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