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 진퇴양난에 빠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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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뱅크, 진퇴양난에 빠지다
  • 나한익 기업분석전문기자(AICPA)
  • 승인 2024.09.04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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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스나인] 올해 1분기까지 카카오뱅크는 급격한 주택담보대출 성장을 기록했다. 1분기 기준 전년 동기 대비 성장한 12조원의 대출자산중 9.4조가 주택담보대출이었다. 이자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대환 목적’ 대출 자산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취급액의 50% 이상이 대환 목적이었다. 

그런데 금융당국은 인터넷은행들이 주담대 위주로 성장을 하는 것에 대해 불편함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최근 금융감독원 정우현 은행감독국장은 "대환을 통해 다른 은행 고객을 뺏는 것은 인뱅의 핵심과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인터넷은행을 만든 취지와 다르다는 것이다. 

인터넷은행은 설립 당시 무점포 비대면 영업으로 비용을 절감해 낮은 금리로 중저신용자들에게 대출을 확대하는 것이 금융당국이 내세운 설립 취지였다. 이런 취지와 다르게 손쉬운 주담대로 성장을 해온 인터넷은행들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 집값 상승으로 금융당국이 가계부채를 줄이기 위해 강한 압박에 나서고 있다. 그런데 주담대 수요를 줄이기 위해 금리 인상에 나선 은행들에게 이복현 금융감독 원장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상은 당국이 바란 게 아니다”라며 자제를 요구했다. 성장을 포기하고 마진을 챙기려했던 은행들은 마진까지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다.  

주담대와 전월세대출 금리를 인상하던 카카오뱅크도 주담대 총량 관리에 들어갔다. 기존 무주택 또는 1주택 세대에서 무주택 세대로 변경했다. 최장 대출기간 또한 기존 50년에서 30년으로 축소했다. 더이상 주담대를 늘리지 않겠다는 것이나 다름 없다. 30년 만기 주담대로는 스트레스 DSR 40%를 적용한다면 중산층이 서울에서 집을 사기란 쉽지 않다. 

금융당국의 압박에 주담대 성장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카카오뱅크는 개인사업자 대출에서 성장을 꾀하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2분기 개인사업자 대출을 1분기 보다 3000억원 늘리며 하반기에도 집중 성장시킬 것이라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주담대에 비해 개인사업자 대출은 기업대출에 가깝기 때문에 주담대와 같이 단순하지 않다. 취급 노하우가 필요한 분야다. 자금의 용도를 확인해야 하고 업황 분석 능력 또한 필요하다. 아직 인터넷은행들이 개인사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정교한 신용모델을 갖추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최근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이 상승하고 있어 급격하게 개인사업자 대출을 늘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뱅크는 성장주다. 카카오뱅크는 2024년 컨센서스 순이익의 23배에 거래되고 있다. 4대 금융지주 평균은 5.5배다. 상대적으로 높은 PER이 정당화 되기 위해서는 대출 성장이 절실하다. 플랫폼과 수수료 수익 성장은 이미 정체된지 오래다. 대출 성장만이 이익 성장을 견인할 수 있는데 규제 리스크에 발목이 잡혀 주담대 성장은 포기해야 하고 개인사업자 대출은 급격히 늘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사진/카카오뱅크
사진/카카오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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