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증권사의 경우 일정 비율 준수 권고
[프레스나인] 지난해 10대 증권사의 리서치센터에서 발간한 리포트 중 '매도' 또는 '비중축소' 의견이 단 1건에 불과했다.
그간 증권사들은 매수 위주의 리포트를 발행했다. 이같은 관행은 지속해서 문제 제기가 되어왔으나 별다른 개선이 없는 상황이다.
2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자기자본 기준 상위 10개 증권사(한국투자·미래에셋·삼성·NH투자·KB·키움·신한투자·하나·메리츠·대신증권) 중 '매도' 또는 '비중축소' 리포트를 낸 곳은 단 1곳으로 하나증권뿐이었다.
해당 리포트는 에코프로에 대한 것이다. 에코프로 주가는 지난 2023년 초 11만원에서 시작해 같은해 7월 종가 100만원을 돌파한 바 있다. 이후 같은해 9월 8일을 마지막으로 하락세를 지속하며 23일 현재 6만원대에 머물고 있다.
중소형사 중에서도 매도 리포트를 발간한 곳은 단 5곳으로 유진투자증권, 신영증권, 한화투자증권, BNK투자증권, iM증권뿐이다. 이 5곳에서 나온 9건 중 7건은 에코프로비엠에 대한 리포트다.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매수 리포트인 셈이다. 이는 지난해 주가 흐름과는 대비된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증시에서는 전체 종목(거래 정지 종목 등 제외·2724개)의 76%(2073개)의 주가가 하락했다.
국내 증권사의 '매수 일색' 리포트는 같은 기간 외국계 증권사와도 비교된다. 외국계 증권사 15곳 중 6곳의 '매도' 의견 비중은 10% 이상이다.
메릴린치증권 서울지점이 23.3%로 가장 높았으며 골드만삭스증권 서울지점과 모건스탠리증권 서울지점이 각각 17.6%, 14.6%로 뒤를 이었다. 이어 △도이치증권 14.3% △JP모건증권 서울지점은 12.8% △크레디트스위스증권 서울지점은 10.5% 순이다.
이같은 관행을 개선하고자 금융감독원은 지난 2023년 3월부터 10월까지 '증권사 리포트 관행 개선 테스크포스(TF)'를 운영했지만, 별다른 성과 없이 끝이 났다. 이후 현재까지도 관행 개선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업계에서는 기업금융(IB) 업무 및 영업 관행이 주된 원인 중 하나로 거론된다. 증권사에게 있어서 기업은 분석 대상일 뿐만 아니라 주요 고객 중 하나다. 통상 증권사 법인영업본부는 리서치센터가 발간한 리포트에 기반해 국내외 기관투자자를 상대로 영업을 진행한다.
애널리스트 개인에게 미치는 불이익도 언급됐다. 애널리스트가 담당 기업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할 경우 추후 기업설명회 등의 참여 기회가 제한되고 자료 수집에 어려움을 겪게 되는 등의 불이익이 뒤따른다.
애널리스트 업무에 정통한 한 업계 관계자는 "아무래도 기업과의 관계 때문에 매도 리포트를 내기에 망설여지는 부분이 있다"며 "다만 펀드매니저와 만났을 때 등 사적인 자리에서는 기존 매수 리포트와는 다른 의견을 주고받는 경우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업계의 잘못된 관행 중 하나다"며 "외국계 증권사의 경우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이 있어 이러한 관행을 사전에 방지함과 동시에 매수, 매도 리포트의 비중을 일정 비율로 맞추도록 권고하는 편이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