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진로, 영국 소주 광고 ‘성적 뉘앙스’ 논란으로 시정 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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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트진로, 영국 소주 광고 ‘성적 뉘앙스’ 논란으로 시정 조치
  • 나한익 기자
  • 승인 2025.04.16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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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ink to link’라는 문구는 영국 젊은층 사이에서 성관계를 뜻하는 은어

[프레스나인] 하이트진로의 대표 소주 브랜드 ‘진로(JINRO)’가 영국 런던에서 열린 대형 음악 페스티벌에서 선보인 광고 문구가 성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는 이유로 영국의 주류 광고 규제기관으로부터 시정 조치를 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문제가 된 문구는 “Easy To Drink, Drink To Link”로, 2024년 8월 17일, 런던 빅토리아 파크에서 열린 ‘All Points East’ 음악 페스티벌 현장 내 진로 브랜드 홍보 부스에 대형 네온사인으로 설치돼 관람객들에게 노출됐다. 해당 페스티벌은 하루 약 4만 명 이상이 방문하는 대형 행사로, 주로 20~30대 젊은층이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광고 문구에 대한 문제 제기는 한 시민의 민원에서 비롯됐다. 민원인은 “‘Drink to link’라는 문구는 영국 젊은층 사이에서 성관계를 뜻하는 은어로 사용되며, 이는 명백히 음주가 성적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암시한다”며 광고 규정 위반을 주장했다. 이어 “설령 성적인 의미가 아니었다 하더라도, 술을 통해 사회적 관계나 인기를 얻을 수 있다는 식의 뉘앙스 자체가 또 다른 규정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영국 주류 광고 규제기구인 포트만그룹(Portman Group) 산하 독립 심의 패널(Independent Complaints Panel)은 해당 문구에 대한 심의를 진행했고, 광고 코드 3.2(d)와 3.2(e)를 모두 위반한 것으로 판단해 ‘이중 위반’ 결정을 내렸다.

우선, 패널은 광고 문구가 음주와 성적 활동 사이의 연관성을 직접적 혹은 간접적으로 시사해서는 안 된다는 규정인 3.2(d)를 위반했다고 보았다. 심의 과정에서 패널은 “‘Drink to link’는 특히 젊은 세대 사이에서 성적인 관계, 특히 캐주얼한 성관계를 뜻하는 표현으로 널리 사용된다”며, 이 문구가 성적인 상황을 연상케 할 수 있는 다의적인 표현이며 관람객 다수가 이를 그렇게 받아들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패널은 특히 이 문구가 사용된 환경이 젊은층 중심의 대형 페스티벌이었다는 점, 그리고 그 문구에 어떤 문화적 배경이나 설명도 없이 단독으로 노출되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결과적으로 관객 입장에서는 “‘술을 마시면 이성과 연결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고 지적했다.

또한 패널은 같은 문구가 음주가 사회적 성공이나 인기를 보장한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다고 판단해, 광고 코드 3.2(e) 역시 위반되었다고 밝혔다. 이 규정은 술이 사람을 인기 있게 만들거나, 사회적으로 더 성공하게 만든다는 뉘앙스를 광고에 포함하는 것을 엄격히 금지한다.

패널은 “영국에서 ‘link’라는 표현은 성적인 의미 외에도 친구를 만나거나 모임에 참여하는 행위를 뜻하는 속어로도 자주 사용된다”며, 해당 문구는 술을 마시는 행위가 자연스럽게 사교적 연결이나 만남으로 이어진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음주가 사회적 촉진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해석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해당 광고가 실제로 그러한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판단했다.

이번 결정에 따라 하이트진로는 해당 문구를 더 이상 영국 내 어떤 광고나 프로모션에서도 사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규제기관에 통보했으며, 관련 조치는 이미 완료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건은 현지 은어와 속어 같은 비공식 언어와 규제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인력이 마케팅을 주도하는 것이 심각한 규제 사안으로 번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 기업의 글로벌 진출에 있어서 언어적 민감성 강조가 필요해 보인다. 

사진/포트만그룹
사진/포트만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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