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스나인]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올해 창립 80주년을 맞아 다가올 100주년을 준비하고, 제약바이오산업의 글로벌 도약을 위해 'K-Pharma, 대한민국의 건강한 미래'라는 비전을 수립했다. 또, '혁신, 협력, 신뢰'라는 핵심 가치를 기반으로 2030년 ▲신약개발 선도국 도약 ▲다양한 협력 모델로 글로벌 성과 증대 ▲제조역량 강화로 국민 건강 안전망 구축이라는 목표를 설정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협회는 지난달 '신약개발 선도국 도약, 어떻게 이뤄낼 것인가?'라는 주제로 혁신포럼을 개최, 논의의 장을 마련한 바 있다.

이에 혁신포럼 기조연설을 진행했던 이관순 미래비전위원장을 만나 신약개발 선도국 도약을 위해 준비해야 할 것을 되짚어봤다.

♦︎급변하는 글로벌 환경, 대응 위해서는 선결 과제 넘어야

최근 글로벌 신약개발의 패러다임은 빠르게 변화하는 모습으로, 신약개발 전 부문에 AI(인공지능)가 빠르게 적용되고 있고, ADC(항체약물접합체)나 CGT(세포유전자치료제) 등 새로운 모달리티가 부상하고 있다. 동시에 오픈 이노베이션이 더욱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각 규제당국은 허가규정을 통일화하고 신속심사 프로그램을 적극 도입하는 등 신약허가의 속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중국 기업들이 주목할 만한 성장을 일궈내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막대한 규모의 내수 시장에 정부의 집중적인 투자가 더해지면서 기존의 제네릭 중심 산업 구조가 신약 개발로 방향을 전환하고 있는 것.

이관순 위원장은 이 같은 상황에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성과를 내기 위한 과제로 자본시장 활성화와 신약의 혁신가치 반영, 제약바이오 산업의 체질개선, 신약개발 인재 수요-공급 불일치 해소 등 네 가지를 꼽았다.

제약 바이오 분야에 대한 투자를 활성화해 유망 신약개발 벤처의 활발한 창업을 이끌고, 글로벌 진출 신약에 대한 이중가격제 등을 시행해 신약 가치 산정에 투입된 연구개발비용을 반영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한 제약바이오 산업 자체도 현재 제네릭 위주의 산업에서 신약 부문을 강화하고, 특히 국내 바이오벤처와의 '이어달리기' 프로그램을 통해 오픈 이노베이션에 자금을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바이오헬스 분야의 신규 인력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제약바이오 아카데미' 프로그램을 운영, 특화 인력을 육성할 것을 제안했다.

이관순 위원장은 "바이오 벤처 기업은 어려운 상황이고 제약사들은 제대로 된 신약 파이프라인이 필요한 상황"이라면서 "신약 부분의 강화를 위해 국내 바이오 벤처와의 이어달리기 프로그램을 통한 오픈 이노베이션에 정부의 모태펀드나 국가신약개발 지원금을 적극적으로 투입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이어 "벤처 기업이 독자적으로 임상을 끌고가는 것은 속도도 잘 나지 않고, 펀딩이나 인력 확보도 쉽지 않다. 임상을 끌고 간다는 것이 버거운 경우가 많다"면서 "벤처가 후보물질을 잘 만들면 그것을 인정하고 제약사가 라이선스 인 해서 초기 단계를 키운다거나 하는 모델을 다양하게 만들자는 의미다. 거기에 정책자금이 갈 수 있게 시스템을 만들면 충분히 활성화가 가능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집중적 투자로 앞서가는 중국, 독창적·혁신적 기술에 투자해 극복

이관순 위원장은 중국과의 차별화를 함께 강조했다.

중국의 경우 내수시장 자체가 월등하게 크고, 인적 자원이 풍부하며, 여기에 정부의 집중적인 지원까지 뒤따르면서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를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특히 신약개발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상황에서 중국은 효율적으로 R&D에 투자해 비용은 줄이면서도 빠르게 R&D를 진행할 수 있었다.

국내 5대 상위 제약기업의 연간 R&D 비용이 2000억 원 수준이다. 반면 중국 기업인 바이젠은 5년간 10조 원을 지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상위 제약기업보다 10배 가량을 R&D에 투입한 셈이다. 여기에 중국 정부는 세세한 기준을 세워 기업이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경우가 많아 R&D에 더욱 속도가 붙을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중국 기업의 분위기가 제네릭에서 신약으로 전환되고 있고, 풍부한 지원이 뒤따르면서 성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전체 라이선스 아웃 규모가 우리나라 기업 대비 10배 가까운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 이 위원장은 중국 기업 대비 우리나라 기업이 여전히 강점을 보이는 부분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중국 기업들의 경우 베스트 인 클래스(계열 내 최고 약물)에 강점을 보인다. 과거 우리 기업들이 잘했던 저분자화합물과 이를 기반한 R&D에 강점을 보이고 있고, 따라서 우리 기업들이 중국 기업과 동일하게 베스트 인 클래스 개발에서 경쟁을 하기는 쉽지 않다는 의미다.

그러나 탄탄한 기초과학을 바탕으로 새로운 타깃이나 새로운 모달리티를 개발하는 데 있어서는 우리 기업들이 앞설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 위원장은 "ADC를 비롯해 여러 새로운 모달리티를 국내 벤처들이 많이 하고 있다"면서 "새로운 플랫폼 기술 등을 위주로 적극적으로 하면 중국을 앞설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 앞서가는 회사들을 선별하면 중국을 이길 수 있겠다는 생각"이라면서 "독창적인 기술이나 플랫폼, 혁신성 있는 기술의 경우 한국이 양적으로는 모르겠지만 수준이 앞서가는 부분이 있다. 그런 곳에 자본을 투입해 집중 육성하면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