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통상정책은 국제질서 재편… 한국, 위기 아닌 기회로 활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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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기 통상정책은 국제질서 재편… 한국, 위기 아닌 기회로 활용해야”
  • 정재로 기자
  • 승인 2025.05.10 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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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외교협회-최종현학술원 포럼 개최… “미국 우선주의 고도화, 정부-산업계 공동대응 절실”

[프레스나인]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이 현실화될 경우, 미국의 통상정책이 단순한 보호무역 회귀를 넘어 글로벌 통상 질서 전환의 기점이 될 수 있다는 전문가 진단이 나왔다. 한국은 이를 단순한 위기로 받아들이기보다 새로운 국제 경제 질서 재편 과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전략적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9일 서울 강남구 한국고등교육재단에서 한국외교협회와 최종현학술원(이사장 최태원 SK 회장)이 공동 주최한 ‘트럼프 2.0 통상정책과 한국의 대응’ 포럼에서는 전·현직 외교관, 학계, 산업계 인사들이 참여해 미국 통상정책의 변화와 그에 대한 한국의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포럼에서 이태호 전 외교부 2차관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통상정책은 미국 우선주의를 전제로, 전략 산업 보호와 안보 중심의 공급망 재편, 동맹국 비용 분담 요구 등 보다 체계적이고 정교한 접근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며 “한국은 외교·통상·산업 정책 간 유기적인 연계와 균형 있는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관세 정책의 지속 가능성에는 한계가 있으며, 미국 역시 국내외 반발을 고려해 주요 교역국들과의 신속한 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며 “이 과정에서 한국은 신뢰할 수 있는 경제 파트너로서 입지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민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트럼프 통상정책의 핵심이 ‘무역적자 해소’가 아닌 ‘국가안보 중심 통상 규제’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했다. 그는 “통상과 안보의 경계가 무너지는 상황에서 한국도 국내법상 국가안보 개념을 재정비하고, AI·디지털 통상 규범 형성 과정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며 “글로벌 표준의 초기 설계 단계부터 한국이 주도권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중 대립 속에서도 한국은 양국과 협력할 수 있는 여지를 찾는 유연성이 필요하며, 첨단기술 확보와 신산업 인프라 강화가 핵심 대응 전략”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포럼에서는 산업계의 대응 전략도 제시됐다. 양서진 SK하이닉스 글로벌성장추진 부사장은 “AI 반도체 시장은 폭발적 성장기에 있으며, 국가 차원의 전략 없이는 글로벌 경쟁에서 도태될 수 있다”고 경고하며 “정부 및 업계와 긴밀한 공조를 통해 정책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공급망 전략 역시 유연하게 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 상무부 등 현지 정책 결정자와의 채널을 활용해 업계 의견을 직접 전달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김동조 현대자동차 상무는 “현대차그룹은 이미 미국 내 연간 70만 대 생산체제를 구축했으며, 신규 공장 가동 시 최대 120만 대까지 확대가 가능하다”며 “향후 4년간 210억 달러 규모의 미국 내 투자 계획을 통해 관세 리스크를 상쇄하고, 미국 정부의 산업정책 방향에 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부품 기업의 경우 관세 인상으로 수출 감소와 원가 상승, 현지 투자 확대 등 이중 부담을 겪을 수 있어 정부 차원의 금융지원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포럼 참석자들은 한목소리로 “대미 통상에서 기업의 개별적 대응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정부와의 전략적 공조와 함께, 다자적 협상 테이블에서 한국의 입장을 명확히 전달하는 외교력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9일 최종현학술원이 한국외교협회와 함께 서울 강남구 한국고등교육재단 빌딩에서 개최한 ‘트럼프 2.0 통상정책과 한국의 대응’ 포럼에서 한동만 전 주필리핀대사, 김창범 한국경제인협회 상근부회장, 이태호 전 외교부 제2차관(現 법무법인 광장 고문), 윤강현 전 주이란대사(現 법무법인 세종 고문), 이재민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동조 현대자동차 상무, 양서진 SK하이닉스 부사장(왼쪽부터)이 토론하고 있다. 사진/최종현학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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