킵스파마 '먹는 비만약' 혁신…빅파마 아성에 도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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킵스파마 '먹는 비만약' 혁신…빅파마 아성에 도전장
  • 최원석 기자
  • 승인 2025.05.12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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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구용 GLP-1 개발 '속도'…오는 6월 영장류 비임상 결과 발표 예정
글로벌 제약사 관심 '촉각'…기술이전 기대감 고조

[프레스나인] 킵스파마가 자회사 킵스바이오메드를 통해 독자적인 경구용 약물 전달 플랫폼 '오랄로이드(Oraloid™)'를 기반으로 차세대 '먹는 비만·당뇨 치료제'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기존 주사제로 사용되는 GLP-1(Glucagon-like peptide-1) 작용제를 경구용으로 전환하는 프로젝트가 가시화되면서, 오는 6월로 예정된 영장류 비임상시험 결과 발표에 관심이 모아진다. 

◇'게임체인저' 노리는 오랄로이드 플랫폼

김하용 사장. 사진/킵스파마
김하용 사장. 사진/킵스파마

킵스파마가 전면에 내세운 '오랄로이드' 플랫폼은 펩타이드 및 단백질 약물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경구 투여 시 낮은 흡수율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기술로 평가받는다. 

이 기술의 핵심은 '펩타이드 미네랄화(peptide mineralization)'다. 칼슘과 같은 생체 친화적 미네랄 성분을 이용해 약물을 나노 입자 형태로 감싸 위산이나 소화효소에 의한 약물 분해를 막고 소장에서의 흡수율을 극대화하는 원리다.   

오랄로이드 기술은 약물 봉입률이 높고 별도의 화학적 합성 과정 없이 제조가 가능하며, 상온에서도 1년 이상 안정적인 보관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지닌다. 이는 기존 경구용 펩타이드 제제 개발에 사용되던 복잡한 화학적 증강제나 특수 제조 공정의 필요성을 낮춰 생산 단가 절감 및 대량 생산 용이성 측면에서도 경쟁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부분이다. 

실제로 킵스파마는 과거 자회사 킵스바이오메드를 통해 진행한 설치류(마우스) 대상 경구용 인슐린 실험에서 35%라는 높은 경구 흡수율을 기록한 바 있다고 밝혀 기술의 잠재력을 입증하기도 했다.   

김하용 킵스파마 총괄대표는 최근 기업설명회(IR)에서 "오랄로이드 플랫폼은 단백질·펩타이드와 반응성이 높은 칼슘 기반의 미네랄 성분으로 약물을 입자화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이를 통해 위산 및 소화효소에 의한 분해를 막고 소장에서의 흡수율을 높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플랫폼 구조가 견고해 약물 봉입률이 높고, 일체의 화학적 합성이 필요 없으며, 캐리어가 안정적이라 상온에서 1년 이상 보관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운명의 6월, 영장류 데이터에 쏠린 눈…글로벌 빅파마와 논의 재개 '청신호'

킵스파마의 오랄로이드 기술이 진정한 시험대에 오르는 것은 바로 코앞으로 다가온 영장류(원숭이) 비임상시험 결과 발표다. 

회사 측은 공신력 있는 해외 기관을 통해 경구용 인슐린 및 경구용 GLP-1의 생체이용률을 확인하기 위한 영장류 대상 비임상시험에 이미 착수했으며, 오는 6월경 그 결과를 공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설치류 모델에서의 성공적인 데이터도 의미가 있지만, 인간과 생리학적으로 더 유사한 영장류에서의 데이터는 후보물질의 기술적 위험을 크게 낮추고 임상 진입 및 글로벌 기술이전 가능성을 가늠하는 결정적인 변곡점이 된다. 

경구용 펩타이드 전달은 낮은 생체이용률로 인해 기술적 난이도가 매우 높은 분야로 알려져 있어, 영장류에서 유의미한 경구 생체이용률과 양호한 안전성 프로파일이 확인된다면 글로벌 빅파마들의 러브콜이 쇄도할 가능성이 높다.

김하용 대표는 "영장류 비임상에서 (긍정적인) 수치가 확인되면 그 데이터를 기반으로 지난해 미팅을 했던 노보노디스크와 다시 만나 향후 일정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혀, 이미 글로벌 제약사와의 초기 접촉이 있었음을 시사하며 기대감을 높였다. 

킵스파마는 올해 안에 경구용 GLP-1 비만 치료제의 전체 비임상 시험을 완료하고, 내년 하반기에는 임상시험에 진입한다는 구체적인 로드맵도 제시한 상태다. 
  
◇글로벌 '먹는 비만약' 전쟁…킵스파마의 차별화 전략은?

현재 글로벌 비만 치료제 시장은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세마글루타이드 주사제)', '리벨서스(세마글루타이드 경구제)', 일라이 릴리의 '젭바운드(터제파타이드 주사제)', '오르포글리프론(경구용 GLP-1 후보물질)' 등 거대 제약사들의 각축장이 되고 있다. 

이들 역시 주사제의 불편함을 개선한 경구용 제제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으며, 이미 일부 후보물질은 임상 3상에서 긍정적인 데이터를 발표하며 상용화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이러한 치열한 경쟁 환경 속에서 킵스파마가 내세울 수 있는 차별점은 오랄로이드 플랫폼 자체의 혁신성과 안전성, 그리고 제조 경쟁력이다. 

화이자가 경구용 GLP-1 후보물질이었던 '로티글리프론'과 '다누글리프론' 개발 과정에서 간 독성 문제로 연이어 고배를 마신 사례는 안전한 경구용 GLP-1 개발이 결코 쉽지 않음을 방증한다. 

킵스파마의 오랄로이드 기술이 미네랄 기반의 독특한 약물 보호 및 전달 기전을 통해 기존 약물들의 위장관계 부작용을 줄이거나 간 안전성 프로파일을 개선할 수 있다면, 이는 시장에서 강력한 경쟁 우위로 작용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김 대표가 언급한 것처럼 오랄로이드 기술은 GLP-1 외에도 인슐린 등 다양한 펩타이드, 호르몬, 심지어 초기 연구 단계에서는 유전자까지 전달할 수 있는 플랫폼 기술로서의 확장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이는 단순히 특정 제품 하나의 가치를 넘어 플랫폼 기술 자체에 대한 라이선스 아웃 또는 공동 개발 등 다양한 사업 모델을 구상할 수 있게 한다.   

킵스파마는 주력 파이프라인인 경구용 비만·당뇨 치료제 외에도 난소암 치료 후보물질 '이데트렉세드(Idetrexed)', 폐암 항체항암제 후보물질 'AGK-102' 등 항암 신약 개발도 병행하며 바이오 기업으로서의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술이전의 관건은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데이터다. 다가오는 영장류 비임상 결과가 오랄로이드 기술의 우수성과 안전성을 명확히 입증한다면, 이는 단순한 기대를 넘어 현실적인 기술수출 논의로 이어질 수 있는 강력한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글로벌 비만 치료제 시장은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며 2030년경에는 1000억 달러(약 130조원) 규모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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