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국 약가 낮추고 유럽 약가 올려야”, 국내 제약바이오 영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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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미국 약가 낮추고 유럽 약가 올려야”, 국내 제약바이오 영향은
  • 임한솔 기자
  • 승인 2025.05.13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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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미국 약가 인하 추진...“미국 환자들이 R&D 비용 부담, 외국은 무임승차”
사실상 유럽 겨냥...유럽 주요국, 공공 의료보험 통해 정부가 제약사와 약가 협상
유럽 약가 높아질 수도...삼성바이오에피스, 셀트리온, 유한양행 등 영향 전망

[프레스나인]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처방약 약가 인하를 추진하는 동시에 미국 외 지역의 약가 억제를 완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과 함께 주요 의약품시장으로 꼽히는 유럽에서 기존보다 약가가 높아질 가능성이 엿보인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유한양행 등 유럽시장에서 활동하거나 진출을 앞둔 국내 기업들이 수혜를 볼지 주목된다.

백악관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미국 환자에게 최혜국과 동일한 수준의 약가를 제공하기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번 행정명령에 따라 미국 정부는 제약사들에게 미국내 약가 인하를 촉구하는 한편, 제약사가 처방약급여관리업체(PBM)이나 유통사를 거치지 않고 소비자에게 직접 의약품을 판매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제약사와 민간보험사, PBM 등이 얽힌 미국 보험체계에서 발생하는 과도한 리베이트를 억제해 약가를 낮추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이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외 국가에서는 정부가 약가 조정에 인위적으로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뜻을 드러냈다. 그동안 미국 시민들이 높은 약가를 부담하면서 제약사들의 연구개발(R&D) 비용을 보전해온 반면 다른 국가는 약가를 낮게 책정해 ‘무임승차’ 혜택을 봤다고 주장했다. 시장 규모를 고려하면 사실상 유럽 지역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명령을 통해 “우리 행정부는 글로벌 무임승차를 종식시키기 위한 즉각적인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외국에서 의약품 가격을 공정 시장 가치 이하로 억제하는 등 미국 환자들이 글로벌 제약 연구개발 비용을 불균형하게 지불하도록 강요하는 효과가 있는 행위, 정책 또는 관행을 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이번 행정명령이 미국뿐 아니라 유럽 약가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한승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약가 인하 행정명령을 통해 미국 약가 인하, 다른 선진국(유럽) 약가 인상 효과를 기대한다”며 “제약사는 미국 약가 할인으로 인한 마진 감소를 다른 선진국에서의 약가 인상을 통해 만회할 수 있는 것”이라고 바라봤다.

실제로 유럽 제약바이오업계에서 약가 인상 움직임이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날 경우 이미 유럽시장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도 수혜를 볼 여지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셀트리온은 유럽에서 다양한 바이오시밀러를 판매하는 중이다. 유한양행의 경우 파트너사 얀센을 통해 폐암 신약 라즈클루즈와 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을 미국와 유럽에서 허가받았다. 이밖에 동아에스티, 삼천당제약,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 등이 바이오시밀러를 앞세워 유럽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다만 미국 정부가 나서더라도 유럽 각국이 제약사들의 약가 인상 시도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다는 게 시장의 시각이다. 유럽은 사보험이 중심인 미국과 달리 공공보험 비중이 압도적이다. 공공보험은 제약사와 협상을 통해 신약 등 치료제에 관한 보험 적용 여부를 결정하고 비교적 낮은 약가를 책정해 보험 혜택을 제공한다. 약가 인상이 곧 재정 부담 확대로 이어진다는 얘기다. 

유럽 각국은 이미 의료시스템 유지를 위해 상당한 공적 비용을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유럽연합통계국(Eurostat)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유럽연합 GDP의 10.4%에 해당하는 1조6480억유로(현재 기준 약 2600조원)가 의료비로 지출됐다. 이 중 51.3%는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공공보험 및 저축 계좌를 통해, 30%는 정부 제도를 통해 조달된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 부담은 14.3%에 그쳤다.

제약사들이 높은 수익성을 보이고 있는 것도 유럽 정부가 약가 인상 요구를 들어주기 어려운 이유로 꼽힌다. 프랑스 매체 르몽드는 “제약사들이 트럼프 대통령을 이용해 유럽을 압박하고 있다. 치료제가 공정 가격으로 보상받지 못하고 있다며 가격 인상을 요구한다”며 “하지만 제약산업은 어려움을 겪고 있지 않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수익성이 높은 산업 중 하나다”고 보도했다.

미국 내부에서도 미국 약가와 유럽 약가를 연결짓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버니 샌더스 미국 상원의원은 이번 행정명령이 발표된 이후 성명을 내고 “유럽과 캐나다의 처방약 가격이 너무 낮다는 건 문제가 아니다”며 “문제는 지나치게 탐욕스러운 제약업계가 지난해 미국 시민들을 착취하며 1000억달러 이상의 이익을 챙겼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정부가 미국 내 처방약 가격을 인하하는 동시에 유럽 등 미국 외 지역의 약가 억제에 제동을 거는 방안을 추진하는 중이다.
미국 정부가 미국 내 처방약 가격을 인하하는 동시에 유럽 등 미국 외 지역의 약가 억제에 제동을 거는 방안을 추진하는 중이다. 사진/ccPix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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