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스나인] 국내 바이오기업 킵스파마가 경구용 비만 치료제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다. 세계적으로 주사제 위주의 GLP-1 계열 비만 치료제가 대세인 가운데, 킵스파마의 자회사 킵스바이오메드는 ‘먹는 GLP-1 치료제’라는 패러다임 전환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 회사가 개발 중인 약물은 단순한 후보물질에 그치지 않는다. 핵심은 바로 담즙산 결합 나노입자 기반의 약물 전달 플랫폼이다. 이 플랫폼 기술은 담즙산(타우로콜산)이 결합된 이온성 고분자(프로타민, 키토산)로 구성된 나노입자를 활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나노입자는 위장관의 열악한 환경으로부터 약물을 보호하고, 소장 내 담즙산 트랜스포터(Apical Sodium-dependent Bile acid Transporter, ASBT)를 통해 약물 흡수를 증진시키는 기전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으로 GLP-1과 같은 펩타이드 계열 의약품은 소화기관 내 효소에 의해 분해되기 쉽고, 분자량이 커서 장벽을 통과해 체내에 흡수되기 어렵다. 그래서 대부분 주사제로 투여되어 왔다.
이 기술은 GLP-1을 포함한 펩타이드 및 단백질 약물의 경구 흡수율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존 흡수 촉진제(SNAC 등)와는 차별화된 접근으로, 정확하고 효율적인 전달, 더 낮은 용량으로 동등 이상의 효과, 위장 부작용 감소 가능성을 동시에 꾀할 수 있다. 실제로 킵스바이오메드는 영장류 전임상에서 글로벌 1위 업체 노보노디스크의 SNAC 기술보다 더 높은 흡수율을 입증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플랫폼 기술의 진가는 비만 치료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당뇨병, 골다공증, RNA 치료제 등 다양한 질환과 물질에도 적용 가능성이 높다. 특히 RNA 치료제의 경구 전달 가능성은 업계에서도 '꿈의 기술'로 불리는 분야로, 킵스파마는 이 영역에 대한 중장기적 비전을 제시한바 있다.
또한 해당 플랫폼 기술에 기반한 특허 포트폴리오도 이미 국내외에서 다수 확보하고 있으며, 일부 특허는 GLP-1 유전자나 펩타이드를 직접적으로 담고 있는 조성물까지 포괄하고 있어, 기술적 진보성과 방어력 측면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현재 킵스바이오메드는 2025년 말 전임상 완료, 2026년 하반기 임상시험 진입을 목표로 한다. 비록 글로벌 기업들보다 일정상 후발주자일 수 있지만, 플랫폼 기반의 확장성과 기술적 우위는 단일 제품 이상을 만들어낼 잠재력을 지닌다. 단순히 하나의 신약이 아닌, ‘약물 전달 솔루션 제공 기업’으로 성장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비만 치료제 시장은 이미 위고비, 젭바운드 등으로 붐을 이루고 있지만, 여전히 ‘먹는 약’에 대한 수요는 폭발적이다. 주사제에 대한 부담, 편의성 부족 등의 이유로 실제 환자 순응도는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효과와 안전성을 확보한 경구 제형이 등장한다면, 게임의 룰이 바뀔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