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임상서 주요 변이에 효능 확인…3세대 약물과 병용 시너지 가능
[프레스나인]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가장 주목 받은 신약으로는 유한양행의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레이저티닙)'를 꼽을 수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본격적인 경쟁력을 갖춘 항암제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특히 기존 3세대 EGFR-TKI(티로신 키나아제 억제제)의 대표격인 아스트라제네카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와 대등한 경쟁구도를 형성하면서 우리나라 제약·바이오 기업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같은 상황에 HK이노엔은 4세대 EGFR-TKI인 IN-119873의 개발에 나섰다.
1~3세대 EGFR-TKI는 암세포의 ATP(아데노신 삼인산) 결합 부위를 표적으로 했다. ATP 대신 결합해 암세포의 신호전달을 차단하는 기전으로, T790M 변이를 비롯해 다양한 변이가 발생하면서 내성이 발생하는 문제가 있었다. 3세대 EGFR-TKI의 경우 T790M 내성을 극복하고자 했지만, C797, MET 등의 변이가 등장하면서 내성을 완전히 극복하지는 못했다.
이에 HK이노엔은 4세대 EGFR-TKI인 IN-119873 개발에 나선 것으로, 기존 약물이 ATP 결합부위를 표적으로 한 것과 달리 EGFR 단백질의 알로스테릭 결합부위를 표적으로 하고 있다.
알로스테릭(allosteric)은 단백질(특히 효소)에서 활성부위가 아닌 다른 부위(알로스테릭 자리)에 특정 분자가 결합하면 단백질의 입체 구조와 활성(기능)이 변하는 현상이나 특성을 의미한다. 알로스테릭 자리에 조절 인자가 결합하면 단백질의 전체 구조가 변경돼 활성도가 증가하거나 감소한다.
IN-119873는 이러한 알로스테릭 자리에 결합해 내성 문제를 극복하고자 하는 것으로, L858R 등 기존 내성 변이에서도 구조적 변형이 적어 효과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지난해 AACR(미국암연구학회)에서 발표된 비임상 결과에 따르면 주요 약물 저항성 EGFR 내성 변이(L858R, T790M, C797S 이중 또는 삼중 변이)에서 우수한 항암 효과를 나타냈으며, 뇌전이 모델에서도 효과가 확인됐다.
무엇보다도 기존 EGFR-TKI와 다른 기전인 만큼 3세대 약물과의 병용 투여 시 효과가 기대된다.
비임상에서는 기존 오시머티닙과 병용 시 EGFR 변이에 더욱 강력한 결합을 보였고, 정상 EGFR에 대한 저해능이 거의 없어 EGFR-TKI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 역시 장점으로 꼽힌다.
HK이노엔은 IN-119873의 임상1상 진입을 준비 중으로, 개발에 성공할 경우 비소세포폐암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옵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HK이노엔 외에도 아스트라제네카가 ORIC Pharmaceuticals와 함께 알로스테릭 저해제를 개발 중으로, 현재 임상1/2상을 진행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