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스나인] 최근 글로벌 제약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빅딜이 터졌다. 덴마크의 거대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가 미국의 바이오테크 기업 셉터나(Septerna)와 최대 22억 달러(약 3조원) 규모의 경구용 신약 공동 개발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비만, 당뇨병 등 대사 질환 분야에서 혁신적인 경구용 저분자 화합물 치료제 개발을 목표로 하는 이번 계약은, 주사제 중심이던 기존 치료 패러다임에 지각변동을 예고하며 국내외 바이오 업계에도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경구용 치료제 개발 기술의 잠재적 가치를 명확히 보여준 사례로, 국내에서도 독자적인 경구용 약물 전달 기술을 보유한 킵스바이오메드(KBioMed)와 같은 기업들의 기술 수출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을 한층 높이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킵스바이오메드가 보유한 기술의 혁신성과 시장의 높은 수요를 고려할 때, 성공적인 기술 검증을 전제로 대규모 기술이전 계약 체결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분석하고 있다.
◇노보-셉터나 ‘빅딜’의 의미…“경구용 혁신에 통 큰 투자”
셉터나는 기존에 약물 개발이 어려웠던 G단백질 연결 수용체(GPCR)를 표적으로 하는 저분자 화합물 신약 ‘발굴’ 플랫폼 기술(네이티브 복합체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다.
노보 노디스크는 이 기술을 활용해 GLP-1, GIP, 글루카곤 등 주요 대사 질환 표적에 대한 경구용 치료제 파이프라인을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이는 환자 편의성을 극대화한 경구제가 만성질환 시장의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하며, 글로벌 제약사들이 관련 혁신 기술 확보에 얼마나 적극적인지를 보여준다.
실제로 비만 및 당뇨 치료제 시장은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며, 환자들의 복용 편의성이 높은 경구제에 대한 미충족 수요는 매우 크다. 기존 주사제의 효능을 유지하면서 경구 투여가 가능하도록 만드는 기술, 혹은 새로운 경구용 신약을 개발하는 기술 모두 높은 시장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킵스바이오메드, ‘주사제를 먹는 약으로’…독자 플랫폼 기술력 주목
이러한 시장 상황에서 국내 기업 킵스바이오메드의 기술력이 재조명받고 있다. 킵스바이오메드는 셉터나와는 다른 접근 방식을 취한다.
셉터나가 새로운 경구용 ‘신약 후보물질 발굴’에 특화돼 있다면, 킵스바이오메드는 이미 효능이 검증됐거나 개발 중인 펩타이드, 단백질, 유전자 치료제 등 생물학적 제제를 경구로 투여할 수 있도록 만드는 ‘약물 전달’ 플랫폼 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킵스바이오메드는 ‘플랫폼 A, B, C’ 등으로 명명된 자체 경구 전달 기술을 통해 약물이 위에서 분해되지 않고 소장까지 안전하게 도달해 흡수율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미 경구용 인슐린, 경구용 GLP-1 유사체 등을 자체 개발 중이다. 특히 국내 대웅제약과는 골다공증 치료제인 테리파라타이드의 경구 제형 공동 개발 계약을 체결하며 기술력을 한차례 입증받은 바 있다.
◇기술 수출 가능성 및 예상 규모는?
전문가들은 킵스바이오메드의 기술이 성공적으로 임상 단계에서 그 효능과 안전성을 입증한다면, 글로벌 제약사들과의 대규모 기술 수출 계약 체결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비록 셉터나의 계약이 신약 ‘발견’ 플랫폼에 대한 투자라는 점에서 차이는 있지만, ‘경구화’라는 공통된 목표와 시장의 파급력을 고려할 때 킵스바이오메드의 약물 전달 플랫폼 역시 높은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계약 규모에 대해서는 신중하면서도 긍정적인 전망이 나온다. 셉터나의 계약금(선급금 및 단기 마일스톤)이 2억 달러(약 2700억원) 이상이었던 점을 감안할 때 , 킵스바이오메드가 특정 약물에 대한 전임상 또는 초기 임상 단계에서 긍정적인 데이터를 확보하고 기술이전을 추진한다면, 계약금만으로도 수백억 원에서 천억 원대에 이를 수 있다는 관측이다.
전체 계약 규모는 개발 단계별 마일스톤과 로열티를 포함해 수천억 원에서 조 단위에 이를 수도 있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물론 이는 킵스바이오메드의 기술이 실제 임상에서 얼마나 뛰어난 생체이용률과 안전성을 보여주느냐에 달려 있다. 경구용 생물학적 제제 개발은 위장관 내에서의 약물 분해, 낮은 막 투과성 등 극복해야 할 기술적 허들이 많기 때문이다.
한 바이오 투자 전문가는 “글로벌 블록버스터 주사제들 중 상당수가 경구 제형으로 전환될 경우 막대한 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하다”며 “킵스바이오메드의 기술이 특정 약물에 대해 성공적인 경구화 가능성을 데이터로 보여준다면, 기술 도입을 원하는 글로벌 제약사들의 관심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