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 '최혜국' 행정명령 "그대로 시행 가능성 높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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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행정부 '최혜국' 행정명령 "그대로 시행 가능성 높지 않아"
  • 김창원 기자
  • 승인 2025.05.3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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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 등으로 집행 중단 가능성↑…의약품 관련 산업 전체 타격 문제도
시행 시 국내 개발 신약 가치 하락 우려…바이오시밀러·제네릭은 영향 미미

[프레스나인]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처방약 약가 인하를 추진하는 가운데 앞서 발효된 '최혜국(Most Favored Nation, MFN) 행정명령이 그대로 시행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전망이 나왔다.

아카디아 안세진 대표는 30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진행한 '미국 제약바이오시장 진출 웨비나'에서 '미국 약가 정책의 변화'를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최혜국 정책 시행, 변화된 형태로 추진 가능성 높아

발표에서 안세진 대표는 트럼프 정부의 최혜국 행정명령이 그대로 시행될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혜국 행정명령은 약가 참조를 통해 미국의 약가를 인하하고, 추가로 '메디케어(Medicare)'로 인해 발생하는 연방 정부의 지출을 줄이기 위해 마련됐다. 미국 내 처방약 가격을 선진국(주요 OECD 국가) 중 최저가 수준으로 인하하기 위한 행정명령을 발표했던 것으로, 미국 인당 GDP의 60% 이상인 OECD 국가들과 약가를 비교해 이 중 최저가격으로 미국 약가를 맞추겠다고 발표했다. 바이오시밀러 또는 제네릭이 없는 제품에 한해 최혜국 가격을 적용하게 된다. 미국 보건복지부에서 제약사의 자발적 가격인하 기간을 설정했으며, 그 이후에는 약가인하를 강제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밖에도 병행수입 또는 제약사와 환자간의 직거래가 가능하도록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안 대표는 이 같은 최혜국 정책을 시행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법적 문제와 함께 미국 급여·유통 시스템 관련 부작용 등을 감안하면 수개월 내에 리스크를 평가하고 시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설명이다.

일례로 트럼프 1기 당시 최혜국 정책은 입법예고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IFR(Interim Final Rule)을 발표했는데, 이로 인해 다수의 소송에서 절차적 하자를 이유로 무효 판결이 내려진 바 있다. 이 같은 문제가 이번에도 동일하게 발생할 수 있고, 따라서 이러한 문제를 해소해야 시행할 수 있는 것이다.

단, 주요 공공 건강보험 프로그램에서의 의료 서비스 제공 및 지불 체계 혁신을 목적으로 설립된 Center for Medicare and Medicaid Innovation(CMMI)을 통해 정책을 테스트하는 방식으로 정당성을 확보하는 전략을 취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안 대표는 "최혜국 정책은 관련 주요 정부 부처 권한이 입법되지 않는 이상 상용화되기 어려우며, 의회가 법안 취지에 동의해 입법을 실행할 경우에도 의견수렴 절차 기간을 고려하면 빠른 시일 내에 발효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미국의 '표시약가(Wholesale Acquisition Cost, WAC)' 제도를 고려하면 급여·유통 시스템 내에서 발생할 문제도 상당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미국은 표시약가에 리베이트나 차지백(Chargeback) 등을 적용해 순약가를 결정하게 되며, 따라서 표시약가는 실제 순약가와 비교해 매우 높게 형성된다.

문제는 이 표시약가가 의약품 순약가 산정은 물론 의약품 급여·환급 및 유통의 비용을 결정하는 데에도 사용한다는 점으로, 최혜국 정책에 의해 표시약가가 일괄적으로 인하될 경우 이와 연계된 의약품 관련 산업 모두 타격을 입게 된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PBM(Pharmacy Benefit Manager, 약국급여관리자)들이 사용하는 리베이트 시스템은 보험 상품 운영 비용을 상쇄하거나 보험료를 인하하는 수단으로도 사용되고 있어 오히려 보험료가 인상되는 부작용이 뒤따를 수도 있다.

안 대표는 "행정명령이 그대로 시행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의회가 법률로 제정하게 되면 파급력이 클 것"이라면서 "이 행정명령을 트럼프 2기 초부터 추진하고 있어 남은 임기 동안 변화된 형태로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된다. 지속적으로 리스크에 대한 평가가 필요할 것"이라고 전했다.

♦︎신약 라이선스 가치 하락…국내 시장도 영향권

안세진 대표는 최혜국 정책이 시행될 경우 국내 신약 개발 기업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가격이 EU나 캐나다 등 주요국 수준으로 떨어지게 되면 제약사들의 예상 매출이 줄어들게 되고, 이에 따라 신약 라이선스의 자산 가치도 함께 하락하게 된다는 것.

안 대표는 "미국 판매 가격이 낮아지면 제약사의 매출이 줄어들 수 있다"면서 "라이선스 가치가 하락될 수 있어 라이선스 아웃을 하면 기존 기대치보다 적은 수익을 얻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또한 "높은 약가가 예상되거나 개발비용이 높은 파이프라인, 하이리스크 파이프라인은 가치가 더 떨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바이오시밀러나 제네릭의 경우 상대적으로 영향이 덜 할 것으로 예상했다. 최혜국 정책 자체가 하나의 제품만 있는 시장을 타깃으로 하는 만큼 적용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이오시밀러 또는 제네릭이 한 제품만 남아있을 경우 적용될 수 있고, 최혜국 정책 시행에 따라 오리지널 제품 가격이 인하되면 이에 맞춰 바이오시밀러·제네릭 가격도 함께 낮아질 수 있어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최혜국 정책 시행이 국내 의약품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최혜국 정책이 시행되면 글로벌 제약사는 최혜국 적용을 피하기 위해 미국에만 신약을 내놓거나, 주요국에서의 출시를 늦출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직·간접적 가격 참조 국가에서는 약가를 인상할 가능성도 일부 존재하는데, 미국 GDP의 60% 이상인 OECD 국가를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구매력을 기준으로 산정하면 우리나라도 참조국이 될 가능성이 있어 이 경우 약가 인상이 우려된다.

안 대표는 "우리나라가 참조국이 안되더라도 다른 참조국의 가격이 인상되면 우리나라도 영향권이 될 수밖에 없다"면서 "출시 지연이나 약가 인상 등 부작용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전했다.

아카디아 안세진 대표. 사진/웨비나 화면 캡쳐
아카디아 안세진 대표. 사진/웨비나 화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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