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스나인] 기아 호주법인은 자사의 대형 전기 SUV인 EV9의 판매 부진에도 불구하고, 공식적인 가격 인하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이는 일부 딜러들이 재고 차량에 대해 최대 2만 호주달러(한화 약 1,770만 원)의 할인 판매를 진행 중인 가운데 나온 입장이다.
EV9은 2024년 '드라이브 올해의 차(Drive Car of the Year)'로 선정된 차량이지만, 2025년 들어 5월까지의 누적 판매량은 146대로, 전년도 같은 기간의 266대 대비 약 45% 감소한 실적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기아 호주의 마케팅 책임자 딘 노르비아토(Dean Norbiato)는 “기아는 출시 가격(RRP)을 변경하지 않는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며, “출고 후 가격을 낮추게 되면 기존 구매자들에게 실망을 안길 수 있고, 중고차 잔존가치도 하락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가격 인하는 테슬라나 BYD가 선택한 전략일 수는 있지만, 기아는 이를 따르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EV9은 판매량보다 브랜드 가치와 기술력을 보여주는 모델”
기아 측은 EV9의 판매량 자체에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롤런드 리베로(Roland Rivero) 기아 호주 상품총괄은 “EV9의 역할은 단순한 판매 숫자 확보가 아니라, 기아의 브랜드 가치와 첨단 기술력을 보여주는 ‘헤일로(halo) 모델’로서의 위상을 강화하는 데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다른 제조사들의 급격한 가격 인하 사례는 고객 만족도와 브랜드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며, “EV9의 가치와 이미지를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아 호주는 이미 2024년 말에도 “EV9은 대량 판매를 목적으로 개발된 모델이 아니며, 고가 정책으로 인해 일부 고객층과는 거리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 모델은 기아 공식 웹사이트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끌고 있는 차량이며, 타 모델의 시승 예약에도 긍정적인 파급 효과를 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공식 가격은 유지… 딜러 차원 할인은 존재
기아 본사는 공식적인 가격 인하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중고차 시장 및 딜러 단위에서는 EV9 차량을 2만 호주달러까지 할인해 판매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일부 차량은 실제 주행거리조차 거의 없는 ‘신차급’ 조건으로 등록되어 있다.
한편, 전기차 시장은 2024년 기준 전년 대비 1.7%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성장세를 이어갔지만, 2023년의 161%, 2022년의 93%, 2021년의 230%에 비하면 현저히 둔화된 모습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