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금융지주 '탄소중립' 성적 모호…산정기준 제각각에 성과만 부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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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금융지주 '탄소중립' 성적 모호…산정기준 제각각에 성과만 부각
  • 박수영 기자
  • 승인 2024.07.17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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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우리금융 탄소배출량 5817톤으로 가장 많아..KB금융 2023년 자료 없어
금융배출량 측정 기준인 자산 규모 천차만별, 국내 기업 탄소공시 의무화 아냐

[프레스나인] 최근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이 잇따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성과를 담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공개한 가운데 기후위기 속 탄소중립 실천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지만 탄소 등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에 통일된 기준이 없이 성과만 강조되고 있어 객관적인 비교가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우리나라는 2050년까지 '넷-제로(탄소중립)'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으로, 막대한 탄소중립 투자를 국가재정만으로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기에 은행 등 민간금융회사의 적극적인 대응과 지원이 필수적이다.

17일 4대 금융지주의 2023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우리금융의 탄소배출량이 5817톤으로 가장 많았고 ▲신한금융 5605만톤 ▲KB금융 4935만톤 ▲하나금융은 2378만톤 순이었다. 단, KB금융의 경우 2022년 기준으로 집계한 배출량을 공시하고 있어 기간별 비교가 어렵다. KB금융 관계자는 “2022년도 기업의 총 온실가스배출량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 시점이 2024년 2분기쯤이기 때문에 시차가 발생한다”며 2022년을 공시한 이유를 설명했다.

또, 각사마다 탄소배출량을 측정하는 기준과 방법도 제각각인 점도 고려해야 한다. 기업의 탄소배출은 측정 범위에 따라 Scope(스코프) 1·2·3으로 구분돼 직접배출(Scope1), 간접배출(Scope2), 기타 간접배출(Scope3)로 나뉜다. 이 중 금융사는 업계 특성상 자체적인 탄소배출량은 미미해 스코프1·2보다 대출을 제공하는 기업의 탄소 배출량까지 포함하는 Scope3(금융배출량)가 중요하다. 단순 수치만 보면 지난해 탄소배출량이 가장 많은 곳은 우리금융이지만, 금융배출량이 가장 많은 곳은 5598톤의 신한금융이었다.

금융배출량의 측정 기준이 되는 자산 규모 역시 하나금융 304조원, 우리금융 251조원, 신한금융 251조원, KB금융 195조원(2022년 기준) 등 천차만별이다. 자산 규모 변화에 따라 탄소배출량이 달라지기 때문에 탄소 집약도(단위 금액 당 탄소배출량)에 따라 공신력이 달라진다. KB금융의 경우 개별 자산군별 집약도 계산 시 기업금융은 매출액, 발전프로젝트파이낸싱(PF)은 발전량, 부동산은 면적당 집약도를 계산하는 등 다른 기준으로 집약도를 계산하고 있다. 반면, 신한금융은 전체 금융 배출량 원화 단위 집약도는 공시하지만 개별 자산군별 집약도는 공시하지 않았다.

이처럼 보고서 공시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다 보니 친환경적인 것처럼 위장하는 기업행동을 일컫는 '그린워싱'이 나타날 우려가 있다. 문제는 국내에서 탄소공시는 의무화가 아난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공시 기준이 없으니 어떤 기준을 따를지도 기업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

자율에 맡기다 보니 금융지주사들이 내거는 탄소중립 실천 계획도 구체적이지 못하다. 4대 금융사는 2050년까지 내·외부 탄소 배출량을 제로화하겠다고 선언하고 있다. 하지만 보고서에는 넷-제로 달성을 위한 구체적인 목표나 계획보다는 각종 친환경 인센티브 획득과 인증 결과 등이 주로 담겨 있다. 김상배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금융사들은 보고서에 2050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노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면서 “매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공시하고 있지만 적극적인 감축 노력은 찾기 어렵고 데이터 역시 체계적이지 못한 실정으로 체계적이고 강제성 있는 공시 규정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배출량 공시 의무화를 통해 선진국과 규제 격차를 메워야 한다”며 “의무화 범위에는 Scope3을 원칙적으로 포함하고 금융배출량을 관리하는 금융기관을 포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 4월 한국회계기준원 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가 작성한 국내 지속가능성 공시기준 공개초안을 발표했다. 금융위는 오는 8월까지 의견 조회 과정을 거쳐 Scope3를 포함한 최종안을 공개할 방침이다.

자료/각사 2023지속가능경영보고서
자료/각사 2023지속가능경영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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