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원 횡령 이어 카드사 역대 최대 배임…내부통제 사각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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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원 횡령 이어 카드사 역대 최대 배임…내부통제 사각지대
  • 김현동 기자
  • 승인 2023.08.29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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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카드 직원 100억원대 배임, 여전법 상 제재 불가능
금융회사지배구조법 내부통제 처벌근거 미약

[프레스나인] 은행원의 횡령과 시장정보 이용 등 대형 금융사고에 이어 여신전문금융회사인 롯데카드 직원의 역대 최대 규모의 배임 사고가 발생했다. 롯데카드 직원의 배임 사고는 최대주주가 바뀌고 대표이사가 교체된 직후부터 최근까지 계속됐다는 점에서 내부통제관리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또한 여신전문금융회사는 법률적으로도 내부통제관리의 사각지대라는 점에서 향후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개선 필요성도 제기된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롯데카드의 배임사고에 대한 현장검사를 실시한 결과, 롯데카드 마케팅팀 팀장과 팀원은 협력업체 대표와 공모해서 이례적인 제휴계약을 체결했다. 협력업체의 서비스 제공기간은 3년이나 계약기간은 5년으로 체결하고, 롯데카드가 협력업체에 지급한 금액(105억원) 가운데 절반이 넘는 66억원은 롯데카드 직원의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됐다. 나머지 자금 39억원의 사용처도 불분명하다.

금융당국은 이번 사고가 여신전문금융회사에서 일어난 역대 최대 금융사고로 다른 금융사에도 유사한 사례가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자체 전수 조사를 통해 당국에 보고하도록 했다.

특히 롯데카드의 내부통제 시스템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당국은 보고 있다. 마케팅팀이 외부 제휴업체를 직접 선정하고, 제휴계약 내용이 부실함에도 이를 방치했기 때문이다. 롯데카드는 마케팅팀이 제휴업체 입찰을 직접 진행하고, 입찰 설명회를 생략한 채 입찰 조건과 평가자도 임의로 선정했다.

금감원은 일단 롯데카드로 하여금 내부통제 실패에 책임 있는 임직원에 대한 조치를 하도록 했다. 이와함께 내부통제기준 마련과 함께 실효성있는 내부통제기준 운영이 이뤄졌는지 여부에 따라 직접적인 제재 가능성도 검토하고 있다. 문제는 여신전문금융회사법 상 거액의 금융사고에 따른 제재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여전법 상 금융사고에 따른 재재는 거액의 금융사고나 부실채권 발생으로 인해 조정자기자본비율이 7% 미만으로 떨어지거나 경영실태평가 종합평가등급이 4등급으로 떨어질 경우에 한해서만 가능하다. 내부통제관리의 실패에 따른 책임이 아니라 건전성관리 차원에서의 경영개선 권고 사항일 뿐이다. 이 때문에 여신전문금융회사의 금융사고에 대한 제재조치는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상의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 위반에 한정된다. 이 경우 '실효성있는 내부통제기준' 운영 여부에 대한 면밀한 판단이 필요하다. 여신전문금융회사의 금융사고 예방과 조치가 내부통제관리의 사각지대에 있다는 평가나 나오는 배경이다.

롯데카드는 2019년 롯데지주가 경영권 지분을 MBK파트너스에 매각한 후 2020년 3월 현대캐피탈 출신의 조좌진 대표이사를 선임했다. 롯데카드 마케팅팀의 배임은 조 대표이사 선임 직후인 2020년 10월부터 시작됐다. 당시 마케팅부문장이 신규로 선임된 최재웅 상무보(현 마케팅본부장)였다.

여신전문금융회사의 금융사고에 앞서 올해 들어 은행권의 금융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했다.

지난해 우리은행 직원의 700억원대 횡령 사고에 이어 경남은행에서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 직원의 500억원대 횡령 사고가 발생했다. KB국민은행 증권대행사업부 직원 다수는 상장사의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100억원대 부당이득을 챙겼다. DGB대구은행에서는 고객 몰래 증권계좌 1000여개를 계좌를 개설하는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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