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 기간, 참여자 숫자도 비교 어려워...추가 연구 필요
[프레스나인] 진단사업이 위축된 바이오니아의 신규 먹거리는 RNA 치료제 플랫폼 기술 기반의 탈모 화장품 ‘코스메르나(CosmeRNA)’다. 회사는 코스메르나를 글로벌 출시하는 한편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특히 임상을 통해 탈모 치료제 피나스테리드(finasteride)와 비견할 만한 유효성을 입증했다고 알리는 중이다. 다만 해당 데이터를 살펴보면 탈모 완화 효과의 정도가 실제로 기존 의약품을 대체할 수준이라고 평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바이오니아는 현재 코스메르나 홈페이지를 통해 화장품의 효과에 대한 과학적 근거로 논문 ‘안드로겐 수용체 표적 SAMiRNA의 주간 치료로 안드로겐성 탈모 개선(Weekly treatment with SAMiRNA targeting the androgen receptor ameliorates androgenetic alopecia)’을 소개하고 있다.
이 논문은 박한오 바이오니아 회장을 비롯한 사측 연구진이 작성해 2022년 저널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게재했다. 코스메르나 핵심 성분인 SAMiRNA-AR68에 대한 임상 2건을 다룬다. 안드로겐성 탈모 환자를 대상으로 AR68 저용량(0.5mg/ml)과 고용량(5mg/ml)을 각각 시험하는 내용이다. 연구진은 특히 AR68 고용량의 월평균 모발 개수 개선 효과가 피나스테리드와 비교할 만하다(comparable to fnasteride)고 서문을 통해 소개한다.
하지만 AR68과 피나스테리드의 직접 비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임상 결과는 물론 임상 참가자 수, 임상 기간 등 여러 측면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우선 탈모 완화 효과를 보면 AR68 고용량 시험군은 장기간 사용했을 때 개선 효과를 엄밀하게 파악하기 어렵다. 주요 평가지표인 두피 제곱센티미터(㎠)당 모발 개수가 베이스라인이 182.18개였고 사용 16주차에 189.73개, 사용 24주차에 189.91개로 나타났다. 베이스라인 대비 약 4% 개선되기는 했으나 16주차와 24주차의 차이가 거의 없다시피 하다.
대조군과의 비교도 일관적이지 않다. 대조군의 모발 개수 중앙값은 베이스라인 181.71개에서 16주차에 185.43개로 늘었다가 24주차에 다시 181.52개로 감소했다. 이 때문인지 16주차에는 시험군과 대조군의 차이가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은(p값 0.279) 것으로 나타났다.
표본 수가 적어 통계의 신뢰도가 낮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A68 고용량 임상을 위해 모집된 60명 중 임상을 완료한 참가자 수는 총 43명이다. 시험자 22명, 대조군 21명에 그친다. 임상 참가자가 그리 많지 않다 보니 연령대별 편차가 크기도 하다. 40대에 이어 탈모 환자가 2번째로 많은 연령대인 30대(2022,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경우 대조군 없이 시험군에만 단 한 명이 참가했다.
임상 기간이 6개월에 불과하다는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탈모는 즉각적인 효과 확인이 어렵다는 특성상 장기간의 관찰을 필요로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018년 제시한 ‘탈모 증상 완화에 도움을 주는 화장품의 인체적용시험’ 가이드라인에서는 ‘최소 24주 이상 시험’을 권고하고 있다. 바이오니아는 AR68의 임상 기간에 대해 최소 기준치만 충족한 셈이다.
AR68과 달리 피나스테리드는 출시된 지 20년이 훌쩍 넘어가는 정식 의약품이다. 장기간 임상을 여러 차례 실시해 효능을 검증했다. 앞서 1990년대 안드로겐성 탈모 환자 1553명을 모집해 2년간 관찰한 결과, 1인치당 모발 개수가 평균 876개에서 1014개로 약 1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관찰 기간이 길어질수록 피나스테리드 투여군과 대조군의 모발 개수 차이가 벌어진다는 연구결과도 나온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