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M-6151 성공해도 받을 로열티 없어
두개 후보물질 이외 파이프라인은 발굴(Discovery) 단계 전임상만 3~4년 걸려
[프레스나인] 오름테라퓨틱의 파이프라인에는 ORM-5029와 ORM-6151 두 개의 약물이 있다. ORM-5029는 개발이 중단되었고, ORM-6151은 성공하더라도 받을 로열티가 없다. 다른 파이프라인은 물질 자체가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물질이 확정되고 임상 허가를 받기 위해 필요한 연구를 완료(IND-enabling)하기까지는 3~4년이 걸린다. 따라서 앞으로 3~4년 동안 주가에 기폭제가 될 만한 이벤트는 없어 보인다.
ORM-5029는 상장 전에 임상 1상 저용량 단계에서 독성이 나타나 투약이 중단되었다. 오름테라퓨틱은 마치 조만간 임상이 재개될 것처럼 호도하며 상장을 강행했지만, 상장 이후 불과 두 달 만에 개발 중단을 발표했다. 너무나도 당연한 결과다. 신약 개발을 조금이라도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이 결과가 얼마나 예견된 것이었는지 잘 알 수 있다. 저용량에서는 약물이 효능을 보이기 어렵다. 저용량에서조차 독성 문제가 있다는 것은, 증량은커녕 오히려 용량을 더 낮춰 임상을 진행해야 한다는 뜻이며, 이런 경우 효능을 기대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두 번째 약물인 ORM-6151은 BMS에 기술이전되었다. 그런데 이 약물은 성공하더라도 오름테라퓨틱이 받을 로열티가 없다. 더 이상 오름테라퓨틱의 파이프라인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그럼에도 오름테라퓨틱은 마치 ORM-6151이 성공하면 로열티를 받는 것처럼 IPO 증권신고서에 기재했다. 오름테라퓨틱은 기술이전 계약에 대해 “마일스톤 구간, 금액 및 로열티 퍼센트(%) 등 세부 지급 조건에 대해서는 파트너사와의 비밀유지 합의에 따라 기재하지 않았습니다”라고 설명했다. 로열티 조건을 공개할 수 없다고 설명하면 투자자들은 당연히 로열티 수익이 있을 것이라 이해하게 된다. 상장 당시 본지는 이 부분을 지적했고 오름테라퓨틱은 결국 증권신고서를 자진 정정하며 로열티를 받을 수 없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런데도 상장 이후 여전히 ORM-6151을 홍보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남의 약으로 IR를 하며 주가를 부양하겠다는 것이다.
다른 파이프라인은 아직 물질조차 확정되지 않았다. 물질이 확정된 이후에도 임상 단계에 진입하려면 최소 3~4년이 걸리기 때문에, 새로운 파이프라인이 주가에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치기까지는 그만큼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전임상 단계는 단순히 실험을 많이 수행하는 시기를 넘어, 신약 후보의 가능성을 과학적이고 규제적인 기준에 따라 입증하는 중요한 절차다. 이 과정에서 개발이 중단되는 사례도 흔하며,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불확실성이 여전히 존재한다.
물질이 확정되고 임상 진입까지 왜 3~4년이 필요한가?
신약 물질이 확정되면 먼저 약효 평가를 한다. 세포 수준의 실험(in vitro)과 동물 모델(in vivo)을 통해 후보 물질이 목표 질환에 대해 실제로 효과가 있는지를 검증을 한다. 약효 평가에서 기대한 만큼의 효과가 나오지 않으면 후보 물질은 폐기된다.
약효가 확인되면 다음으로 약동학 및 약력학 분석이 이어진다. 약동학은 혈중 농도나 조직 내 분포, 대사 산물의 유해성 여부 등을 확인하는 데에는 다양한 실험과 반복 검증이 필요하기 때문에 1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약물이 실제 생체 내에서 어떤 방식으로 작용하는지를 규명하는 절차인 약력학 분석은 임상 설계를 위한 기반 자료가 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고, 자료 분석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가장 시간이 오래 걸리는 과정 중 하나는 독성 평가다. 단회 투여 독성, 반복 투여 독성, 유전독성, 생식 독성, 면역 독성 등 다양한 범주의 실험을 GLP 기준 하에 설치류 및 비설치류를 이용해 반복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각 실험마다 수 개월이 걸리고 모든 실험을 완료하기 위해서는 최소 2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데 독성 평가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독성 시험에 사용할 약물을 GMP 수준으로 생산해야 한다. GMP 생산 과정은 매우 복잡하고 시간이 많이 걸린다. CMO(위탁생산기관)에서 생산 일정이 밀려 있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원하는 일정에 맞춰 생산을 시작하기조차 어렵다. 생산을 위한 공정 개발, 파일럿 생산, 품질 분석법 확립 등 사전 작업만 해도 1년 이상 소요된다. 이후 본격적인 GMP 생산이 시작되더라도, 시료가 생산되고 품질검사(QC)가 실패하기라도 하면 시간과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이러한 모든 실험이 순차적으로 또는 일부 병행적으로 진행되며, 하나라도 결과가 부적합할 경우 전체 개발이 중단될 수 있다.
